[‘친구’의 수요법률살롱] 제16화. 지각대장의 악몽 – 마한얼 변호사

[‘친구’의 수요법률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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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왠지 어렵고, 복잡하다는 생각은 이제 그만.
이럴 때 법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했지만 물어볼 곳이 없어 답답했다면
이제 ‘친구’의 수요법률살롱을 찾아오세요.

격주 수요일 <이주민센터 친구> 변호사들이 이주민에게 꼭 필요한 법률 지식을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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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대장의 악몽

아침 9시,

학교 정문은 50미터 남았다. 나는 교장선생님과 생활지도선생님이 지키는 정문을 우회하기 위해 담타기(담을 넘는 행위)에 적절한 높이의 담을 찾는다. 훌쩍 뛰어 담 꼭대기에 팔꿈치와 가슴을 걸쳤는데, 하필 그 벽 너머 생활지도부장이 지나가다 나와 눈을 마주친다. 나는 엎드려 하키스틱으로 엉덩이와 허벅지를 몇 대 맞았다. 그리고 나는 비가 오는 차가운 운동장을 맨발로 달린다. 발바닥에 모래알이 박혀서 빗물이 고인 곳마다 피가 번진다.

나는 이 악몽을 자주 꾼다. 실제로는 발바닥에서 피가 나지 않았지만, 실제로 내가 경험한 일이다. 하키스틱으로 때린 건 고등학교 생활지도부장 선생님이고, 봄비가 내리는 차가운 운동장을 맨발로 달리게 한 건 중학교 교장선생님이다. 나는 계속 똑같은 꿈을 꾼다. 청소년기에 겪은 폭력이 얼마나 오랫동안 생채기로 남는지에 대한 증거다. 그들은 내가 다시는 지각하지 않도록 “지도”하였지만, 나는 대학교와 로스쿨에서도 자주 지각했고, 오늘도 출근시간을 넘겨 사무실에 도착했다. 언젠가 그들을 다시 만난다면, 나는 그 때도 아팠지만, 그 이후로도 너무 힘들었다고 말하고 싶다.

귀한 지면에 개인사를 고백을 한 이유는 누구도 맞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다. 아동이라고 하여 사람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하면 안 된다는 규범이 아동이라고 하여 예외일 수 없다. 다른 사람보다 연령이 많거나, 몸이 크거나, 힘이 세거나, 돈이 많거나, 더 오래 정규 교육을 받았다고 하여 다른 사람을 때려서는 안 된다.

또한 이주아동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모든 아동은 차별없이 생존과 발달을 누려야 한다. 「아동복지법」은 “아동은 자신 또는 부모의 성별, 연령, 종교, 사회적 신분, 재산, 장애유무, 출생지역, 인종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받지 아니하고 자라나야 한다”는 차별금지 원칙을 담고 있다(제2조 제1항). 그런데도 현장에서 이주아동은 학대피해에 차별까지 이중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우선 체류자격의 문제가 있다. 이주아동은 약 10만명으로 추산되고, 그 중 2만명은 미등록외국인이라고 한다. 출생등록이 되지 않아 기록에 존재하지 않는 아동도 적지 않은 숫자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장 활동가들은 학대신고를 할 경우 미등록외국인 아동과 보호자가 모두 강제퇴거 대상자임이 밝혀질 수 있어 신고하기가 조심스럽다고 한다. 체류자격이 있는 아동도 보호자가 아동학대로 유죄가 되면, 학대 행위자와 함께 강제퇴거 대상이 될 수 있다. 강제퇴거도 문제지만, 아동이 학대행위자와 함께 출국한 후에는 학대가 재발생하더라도 아동을 보호하고 지원할 수 없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그러나 지난 4월 23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출입국관리법」으로 체류에 관한 문제가 일부 해결될 가능성이 보인다. 법무부장관은 아동학대를 이유로 구제절차가 진행 중인 이주아동 및 학대행위자가 아닌 보호자가 체류기간 연장을 신청하면, 절차가 종료할 때까지 체류기간 연장을 허가할 수 있게 되었다. 학대 피해 이주아동에게 안정된 체류자격을 부여할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학대행위자인 보호자와 함께 출국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고민이 남는다.

학대 피해 이주아동은 보호에도 어려움이 있다. 분리 등의 조치를 받더라도 학대피해아동쉼터와 같은 아동복지시설에서 이주아동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동복지시설은 그 이유를 이주아동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수급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시설 운영에 경제적인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정부에서 이주아동을 위한 다른 지원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정부가 아동의 보호를 강제할 방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7년 말,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이주아동을 포함해 피해아동의 입소를 거부하는 아동복지시설에 과태료를 부과할 것과, 이주아동을 위해 아동복지시설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이주아동을 위한 경제적 지원은 신중해야 하고, 이주아동을 위한 인프라 없이 입소만 강요할 수 없다며 아무 권고도 수용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보건복지부의 태도는 차별금지라는 「아동복지법」의 기본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다.

끝으로 인식의 문제가 있다. 이주민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 안 좋아질 것 같아서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커뮤니티 내부에서 아동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아 다른 이슈에 묻히기도 한다. 한국과 다른 양육문화로서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휘둘러서는 안된다는 것은 꽤나 보편적인 규범이다. 아동을 커뮤니티의 구성원으로 여긴다면, 아동을 인격으로 존중한다면,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규범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피해아동을 위한 구제절차는 학대행위자를 비난하기 위한 절차가 아니다. 학대 현장을 들여다 보면 보호자가 양육방법을 모르거나, 양육을 위한 도움을 받지 못했거나, 과도한 양육스트레스 때문에 아동을 방임하거나 폭행하는 일이 많다. 누구나 부모는 처음이니까. 이런 경우에는 보호자에게 양육정보를 제공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기회를 주고, 양육을 위한 지원을 하는 것이 아동학대를 멈추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다시 말해 피해아동을 위한 구제절차는 지원이 필요한 가정을 찾아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절차이다.

폭력은 피해자들이 외견상 순종하는 것처럼 보이게 할 뿐이다. 폭력은 양육이 될 수 없다. 그 효과는 내가 매일 아침 지각하는 것으로 증명하고 있다. 문득 돌아보니 비아동이 된 이후로 나는 지각을 한다고 하키스틱으로 맞거나 맨발로 차가운 운동장을 뛴 적이 없다. 왜 아동은 달리 대우하는가. 얼마 전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본 아동학대 예방 포스터의 인상적인 문구로 마무리한다. “엄마, 아빠! 어떻게 키워드릴까요?”

 

 

글 | 마한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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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센터 친구 이메일(friend79law@gmail.com)로 보내주시면

그 중에 한 가지를 선별하여 법률살롱에서 자세히 설명해 드릴게요.

<이주민센터 친구>는 평화·인권·공존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국에 머무는 다양한 이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생활하고 있는 비영리단체입니다. 2012년 영등포구 대림동 단칸방에서 첫 발을 내딛은 이후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주민을 위한 법률지원, 생활 자립지원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재미나게 해오고 있습니다.

Homepage : http://www.chingun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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