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수요법률살롱] 제13화. 일하던 중 단속을 피해 도망가다 다쳤다면 – 조영관 변호사

[‘친구’의 수요법률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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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일하던 중 단속을 피해 도망가다 다쳤다면

 

얼마 전 근로복지공단은 외국인 노동자가 정부 단속을 피해 도망가다가 다친 경우에도 사업주의 지배 · 관리 하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너무 많이 늦었다. 2008년 대법원은 이미 단속을 피해 도망가다 다친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에게 산업재해를 인정한 판결을 했지만, 지난 10년 동안 근로복지공단은 이 경우에 산재로 승인해주지 않았다. 외국인 노동자가 소송을 해서 판결을 받아오는 경우에만 산재 승인처리를 해주었다. 오랜 시간과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극히 일부의 노동자들이 소송을 거쳐 산업재해를 인정받았고,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그 문턱에서 신청을 포기했다. 이제야 근로복지공단에서 지침을 마련하여 산재로 인정할 수 있는 요건이 마련된 것이다. 오늘은 이 이야기를 좀 해보자.

먼저, 배경지식을 좀 공부해보자.

첫째, ‘외국인 노동자도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지’ 문제된다.
법원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외국인 노동자에게 그 적용을 배제하라는 특별한 규정이 없고, 외국인의 지위를 보장한 헌법 등 규정을 종합하여 볼 때, 외국인이라 할지라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적용을 받고 그에 따른 보상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다고 일관되게 판단해 왔다.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가 취업비자가 아닌 다른 체류자격을 가지고 있는 경우 뿐 만 아니라 적법한 체류자격이 없는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인 경우에도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다면 산재보험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두 번째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누구인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 쉽게 말하면, 월급을 받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지시를 받아 일하는 사람을 말한다. 스스로 사업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가끔 상담을 하다보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는데 산재신청을 할 수 있나요?’ , ‘처음 근로계약서 쓸 때 다쳐도 산재신청을 하지 않기로 사장하고 약속했는데 산재신청을 할 수 있나요?’ 라는 질문을 하는 외국인들이 많은데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라도 실제 사장의 지시를 받고 일을 해왔다면 당연히 적용되며, 어떠한 경우라도 산재신청을 하지 않기로 하는 약정은 무효이므로 산재 신청을 할 수 있다.

세 번째로, ‘다친 경우는 전부 산재로 인정’ 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노동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업무를 수행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이지만, 업무가 아닌 행위를 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그 행위가 사업주의 지시에 따른 것이거나, 지배 관리하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

우리 사례로 돌아와 보자. 외국인 노동자가 단속을 피해 도망가는 행위 자체는 ‘업무’는 아니다. 결국 그 행위가 사업주의 지시에 의한 것이거나, 지배 관리 하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근로복지공단이 발표한 지침에 따르면, ▲ 사업주가 해당 근로자가 체류자격이 없는 미등록(불법) 노동자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 단속과정에서 적극적인 도주 지시로 사고가 발생하였으며, ▲ 일련의 행위가 업무수행과 관련이 있는 경우 등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에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다. 다만, 단속반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재해를 입었거나,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고의나 자해로 인한 경우는 산재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근로복지공단의 판단기준은 판례보다 엄격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공단은 “단속과정에서 적극적인 사업주의 도주지시”를 판단 요소로 삼고 있는데, 사실 단속과정에서 사업주가 적극적으로 도주를 지시하는 것은 매우 예외적이다. 대부분 평소에 도주를 지시하거나, 도주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 법원도 이미 사고 당시 단속 현장에서 사업주가 직접 도주를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평소에 사업주가 출입국 단속이 있는 경우 도주할 것을 당부하는 등 사업장의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들의 행동수칙에 대한 포괄적인 지침이 있었던 경우라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사례(서울고등법원 2016. 7. 8. 선고 2015누51417 판결)에서 사업주의 현장 직접 지시요건을 완화하여 해석한 바 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이러한 판결의 취지에 반하는 “단속과정에서 사업주의 적극적인 도주 지시”를 심사요건 중 하나로 삼고 있는 것이다. 판결의 취지에 맞춰 규정을 고칠 필요가 있다.

물론,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이른바 사람사냥 방식의 출입국 단속을 중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작년 8월 김포 건설현장에서 단속을 피하다 추락해 사망한 미얀마 노동자 故딴저테이 씨도 결국 출입국 공무원들의 무리한 단속이 직접적인 원인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지금이라도 지금과 같은 토끼몰이식 체류자 단속이 아닌, 합리적이고 이탈률이 낮은 체류자격 설계를 기초로 제도 내에서 미등록 노동자들이 관리될 수 있는 출입국 정책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글 | 조영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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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센터 친구>는 평화·인권·공존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국에 머무는 다양한 이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생활하고 있는 비영리단체입니다. 2012년 영등포구 대림동 단칸방에서 첫 발을 내딛은 이후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주민을 위한 법률지원, 생활 자립지원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재미나게 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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