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수요법률살롱] 제12화. 이주민과 언어 : 초기정착지원에 관한 단상 – 윤영환 변호사

[‘친구’의 수요법률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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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과 언어 : 초기정착지원에 관한 단상

지난 2월 14일부터 5박 6일 동안 태국 방콕 여행을 지인들과 다녀왔다. 이번 여행은 첫날에 지인들과 공동 워크숖을 하고 둘째 날에 아유타야 유적지와 모카 현대미술관을 둘러 보는 이외에 나머지 이틀은 각자에게 자유여행이 허용된 여유있는 일정이었다. 여행 안내를 맡은 지인은 제일 먼저 방콕 지하철 패스를 끊어 주면서 두 개의 노선으로 이루어진 방콕의 지하철과 대중교통에 관하여 설명해 주었다. 이전에 방콕에 와 본적이 있지만 카오산로드를 중심으로 한 주요 관광지를 찍고 하루 만에 떠난 것이 방콕에 대한 경험의 전부였기 때문에 방콕을 처음 방문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나에게 방콕 지하철 패스를 건네받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시간을 마음대로 쓴다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방콕 시민들의 삶과 문화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였지만 낯선 땅에서 며칠이라도 살아보는 경험이 주는 고단함과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번 방콕 여행 중에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언어에 관한 것이었다. 방콕에서 사용하는 태국어는 나에게는 ‘그림’이었다. 인사말 몇가지는 예의와 재미로 외워서 사용하지만 실제 태국언어를 안다고 할 수 없다. 태국 언어는 동아시아 계통 언어 문자 특유의 부드러운 선과 동그라미로 된 표음 문자인데 그 규칙과 음운 표기 자체를 따로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혀 소리와 뜻을 알 수가 없다. 규칙적이고 선이 고운 특이한 부호이지만 뜻을 모르는 미지의 것으로 나에게 아무런 정보를 주지 못하는 그 무엇이 태국말이었다. 하지만 태국어는 만약 내가 태국 현지에서 계속 살아야 한다면 의사소통과 원활한 생활을 위하여 반드시 배우고 숙지해야 하는 언어인 것이다. 태국어를 모르는 상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언어는 몸언어와 영어뿐이었다. 영어가 통용되는 곳은 관광지와 호텔 정도이고 일상 공간에서는 사실 영어로 의사소통이 되기는 어렵다. 해외 여행 올때마다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고 다짐하지만 그것도 그 때 뿐이어서 돌아가서 일상에 젖어들면 따로 필요하지 않은 바에야 영어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은 반복되는 헤프닝이다. 모국어가 주는 편안함과 안락함은 모국어가 무용지물인 상황에 되어야 느낄 수 있는가보다. 더불어 한국에 온 이주민들이 느낄 그 불편함과 어려움들이 더 많이 돌아봐졌다. 이주민 친구들의 모국어를 조금이라도 배우고 사용할 줄 아는 것이 그들을 이해하고 진짜 친구가 되는데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강하게 하게 되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와 바로 태국어 교재를 샀다. 태국 친구들에게 부탁해서 태국말을 조금이라도 배워보려고 한다. 카페를 창업한 태국 출신 순안씨에게 한국말을 잘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기만 하고 나는 태국말을 진지하게 배우려고 한 적이 없음을 깨닫고 부끄러움이 올라오기도 했다. 친구의 언어를 아는 것, 배우려고 노력하는 것은 친구를 이해하는 첫 걸음인 듯하다.

내가 한국에서 태국의 방콕이나 다른 도시, 농어촌으로 노동이주를 했다고 가정을 해 보았다. 여행에서 잠깐 느꼈던 불편함과 어눌함, 위축감이 일상에서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한국에 이주한 친구들을 떠올리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방콕 체험을 한국에서의 이주민지원 활동에 적용해서 생각해 보았다. 노동과 혼인을 위하여 이주해오는 사람들은 전문직이나 사업투자이민 등으로 이주하는 사람들보다 정보의 양과 질, 언어 능력에 있어서 많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미등록 체류자의 경우는 더 하다. 초기 이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착을 위한 기본 정보와 한국사회에 대한 이해와 행정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는 능력과 경험이다. 출신국 커뮤니티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고, 한국 내 서비스의 경우 시간과 돈의 문제가 있다. 때로는 안전성 문제가 있다. 불안하고 두렵다. 선듯 말을 걸기 힘들고 모국어로는 너무도 쉬운 표현들도 한국어나 영어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위축되고 표현을 주저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놓치는 기회가 많다.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불필요한 오해나 편견을 자초하기도 한다. 이들은 시간과 돈이 부족하고 출신국 커뮤니티의 도움도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주민의 초기 정착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으려면 언어능력의 부족을 해소해 주고 문화적 적응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초기 교육이 보다 적극적이고 실질적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언어 습득과 더불어 기초 생활을 위한 필수 정보의 제공과 기본 프로세스의 숙지는 안정적인 이주 정착을 위하여 매우 중요한 영역이지만 노동와 생활에 급하게 투입되다 보면 급한 일이 생기기 전까지는 후순위로 미루어진다. 하지만 일이 생긴 후에 수습을 하는 것은 너무 많은 노력이 든다. 미리 예방하고 적응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가성비가 높다. 관공서에서 이런 일들을 모두 커버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눈에 잘 안보이는 구석 구석과 약한 곳,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서 살피는 노력과 손길들이 필요하다. 언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한국생활에 필수적인 법률, 제도, 행정기관 이용방법,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는 방법 등을 제공할 수 있는 정보와 네트워크가 종합된 플랫폼이 필요하다. 전문성이 있는 민간 단체들에게 위탁을 주어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과 시스템을 더 많이 개발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이주민센터 친구와 서남권 글로벌센터와 같은 지원 단체들은 이주민들이 초기에 적응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깊이 살피고 꼭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이 언어교육을 핵심으로 하는 초기에 행하여진 적절한 지원은 이주민 친구들의 이후 한국생활과 정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고 많은 시행착오를 줄여줄 것이다.

글 | 윤영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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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 있다면
이주민센터 친구 이메일(friend79law@gmail.com)로 보내주시면

그 중에 한 가지를 선별하여 법률살롱에서 자세히 설명해 드릴게요.

<이주민센터 친구>는 평화·인권·공존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국에 머무는 다양한 이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생활하고 있는 비영리단체입니다. 2012년 영등포구 대림동 단칸방에서 첫 발을 내딛은 이후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주민을 위한 법률지원, 생활 자립지원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재미나게 해오고 있습니다.

Homepage : http://www.chingun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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