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수요법률살롱] 제11화. 이주민 건강권 – 박상능 변호사

[‘친구’의 수요법률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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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왠지 어렵고, 복잡하다는 생각은 이제 그만.
이럴 때 법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했지만 물어볼 곳이 없어 답답했다면
이제 ‘친구’의 수요법률살롱을 찾아오세요.

격주 수요일 <이주민센터 친구> 변호사들이 이주민에게 꼭 필요한 법률 지식을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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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건강권

∎ 외국인 건강보험제도,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최근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재외국민을 포함한 외국인이 건강보험에 가입하여 혜택을 보는 것이 더욱 요원한 일이 되었습니다. 개정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에 따르면, ① 외국인의 건강보험 가입을 위한 최소 체류 기간이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되었고, ② 입국 후 6개월 동안 연속 30일을 초과하여 국외에 체류하는 경우에는 재입국일로부터 다시 6개월이 경과하여야만 지역가입이 가능하며, ③ 건강보험 가입 후 연속하여 30일 이상 출국 시에는 그 자격이 상실됩니다. 또한 ④ 동일세대 인정기준이 축소되어, 현재 동일세대를 구성하고 있는 배우자 및 미성년 자녀 이외의 세대원들은 분리되고, ⑤ 영주권자(F-5), 결혼이민자(F-6) 자격 이외의 모든 외국인은 소득·재산에 따라 산출된 건강보험료가 전년도 건강보험가입자의 평균보험료를 하회하는 경우, 평균보험료 이상을 납부하여야 합니다. ⑥ 가족관계 증빙서류 등 해외에서 발행된 문서는 해당국 외교부나 아포스티유 확인기관에서 발급한 서류만 인정됩니다.

∎ 외국인들은 모두 건보료를 ‘먹튀’하는 무임승차자들이다?

한동안 진료목적으로 국내에 입국한 외국인들이 건강보험에 가입한 후, 적은 보험료로 고가의 보험 혜택을 누리고 출국하는 사례가 다수 적발되고,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관련 법령 개정의 필요성이 강력히 대두되었습니다.

정부는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 외국인 및 재외국민 관련 건강보험제도를 개선하여 그간 만연했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겠고, 내·외국인간 형평성을 높인다면서, 관련 법령의 전격적 개정을 천명하였습니다. 정부는 외국인의 건강보험 가입요건을 강화함과 동시에 건보료 체납 시 체납자, 특히 이주민에게 체류 연장과 관련하여 불이익을 주는 등 제재수단을 확보하겠다고 하였습니다.

법의 맹점을 이용하여 자행되는 외국인의 ‘얌체진료’ 또는 ‘의료쇼핑’은 분명 근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소수 외국인들의 작태에 대한 분노가 아무런 관련 없는 이주민들에게까지 너무 자연스럽게 전화되어, 안 그래도 열악한 보건환경 아래 놓인 삶들을 더 고달프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 침몰하는 이주민 건강권,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겠다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건강보험에 가입한 외국인은 외국인등록이나 거소신고를 한 장기체류 외국인 대비 60% 수준에 불과하고, 등록 외국인 역시 대다수가 저개발국 출신으로, 저임금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결국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이주민들 중 상당수가 건강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건데, 정부는 ‘건보료 먹튀’, ‘의료쇼핑’, ‘얌체진료’ 등과는 분명 다른 카테고리에 있는 이주민들까지 외국인이라는 하나의 정체성으로 싸그리 묶어 손쉽게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철퇴를 휘두르고 있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이주민들을 둘러싼 보건환경은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뿐이 아닙니다. 관련 법령의 개정으로, 이주민들이 부담하여야 할 건보료가 증액됨에 따라 건보료까지 챙기기 힘든 이주민들의 건보료 체납 문제가 발생할 것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이주민들의 의료서비스에로의 접근을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체납 제재 조치의 일환으로 건보료 체납 이주민의 체류자격 연장이 거부됨으로써 미등록 체류자가 양산되는 부작용이 연쇄적으로 야기될 우려가 있습니다.

건강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리는 것이 마땅한 보편적 권리이자 비차별적 권리입니다. 건강할 권리가 오로지 국민에게만 통용되는 것이고, 이주민들과 전혀 상관없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건강보험제도의 건강한 운영을 위해 재원 확보와 재정 누수방지가 필수적이라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은, ‘인간은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우리는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빈대는 잡아야 합니다. 하지만 너와 내가 함께 살고 있는 집에 출몰한 빈대 몇 마리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글 | 박상능 변호사(법무법인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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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 있다면
이주민센터 친구 이메일(friend79law@gmail.com)로 보내주시면

그 중에 한 가지를 선별하여 법률살롱에서 자세히 설명해 드릴게요.

<이주민센터 친구>는 평화·인권·공존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국에 머무는 다양한 이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생활하고 있는 비영리단체입니다. 2012년 영등포구 대림동 단칸방에서 첫 발을 내딛은 이후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주민을 위한 법률지원, 생활 자립지원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재미나게 해오고 있습니다.

Homepage : http://www.chingun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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