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수요법률살롱] 제1화. 법과 밥 – 조영관 변호사

[‘친구’의 수요법률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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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왠지 어렵고, 복잡하다는 생각은 이제 그만.
이럴 때 법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했지만 물어볼 곳이 없어 답답했다면
이제 ‘친구’의 수요법률살롱을 찾아오세요.

격주 수요일 <이주민센터 친구> 변호사들이 이주민에게 꼭 필요한 법률 지식을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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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법과 밥

 

“남이라는 글자에 점하나를 지우고 님이 되어 만난 사람도~
님이라는 글자에 점하나만 찍으면 도로남이 되는 장난 같은 인생사”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트로트 노래 십팔번 중 하나인 가수 김명애의 ‘도로남’이라는 노래의 첫 소절이다. 작은 점 하나로 사랑하는 ‘님’이 되었다가 원수 같은 ‘남’이 되기도 하는 노랫말 가사처럼 ‘법’ 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밖으로 밀면 ‘밥’이라는 글자가 된다. 보통 사람들에게 여전히 외계어처럼 어렵게 들리는 ‘법’을 누구나 하루 세끼 먹는 익숙한 ‘밥’처럼 알기 쉽게 풀어 전하는 코너가 <수요법률살롱>이 되었으면 한다. 2주에 한 번 찾아오고, 이주민들에게 필요한 법률 상식을 주로 전하지만, 독자들이 평소 궁금했던 내용을 메일로 상담하고 그 중에서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함께 소개하려고 한다.

 

오늘은 첫 순서이기도 하니 가벼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시작한 말장난을 조금 더 이어가 보자. 사실 ‘법’와 ‘밥’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가까운 관계다.

법이 무엇인가. 사람들이 혼자가 아니라 모여살기 시작하면서 공동체에서 서로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합리적인 규칙을 정한 것이 바로 법이다. 도로를 달리는 차들이 신호를 지키기 위해 가는 길을 멈춰야 하고,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돈을 주고 일을 시킬 때 최소한 시간 당 얼마 이상은 반드시 주어야 한다는 것처럼 사람이 혼자 마음대로 하는 것보다 불편하지만 어떤 이유에서 지키자고 한 약속이다. 이런 불편한 약속을 지키기로 한 이유는 결국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 모든 사람이 ‘밥’ 먹고 사는데 도움이 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생존을 억압하는 법은 그 존재할 이유가 없다. 결국 법은 밥을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법은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군가 내 팔을 부러뜨렸다면 똑같이 그 사람 팔을 부러뜨리는 것이 아니라 법에 정한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하고, 그 손해를 금전으로 배상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법에 따른 해결의 가장 큰 원칙은 바로 인간에 대한 존엄성이다. 밥을 먹고 목숨을 이어가는 존재가 스스로 가지는 존엄성을 보장하는 것이 곧 법이다. 법은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 강제수단을 둘 수 있지만 이 역시 인간의 존엄성 바깥에 있을 수는 없다. 사람을 어떤 경우에도 다시 되살릴 수 없기에 사람이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행위가 형벌의 이름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논리도 결국 인간의 존엄성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법은 역시 존재할 이유가 없다.

끝으로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한다. 하루 세끼 밥을 먹고 사는 사람이라면 지위고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예외 없이 모두 법을 지키고,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돈 많은 사람에게 비켜가는 법, 힘없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법이라면 역시 있을 필요가 없다. 법은 불편할 수 있지만 절대 불평등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최근 최저임금이 뜨거운 이슈다. 2019년 최저임금이 시급 8,350원으로 결정되었다. 주40시간 일하는 노동자 기준으로 월급 174만원이 월급의 최저기준이다. 예년에 비해 많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월급 174만원으로 한 가족이 생계를 꾸려가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인건비 부담이 커진 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을 오르지 못하게 하기 보다는 살인적으로 높은 가맹점 수수료와 카드 수수료, 임대료가 적정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올바른 방향이다.

최근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소기업에서 외국인 노동자 임금에 차이를 두는 이른바 ‘외국인 노동자 수습제’를 도입하자고 나섰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수습’이라는 딱지를 붙여 최저임금보다 낮은 기준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야만적이다. 한 편에서 고기반찬에 푸짐한 한 상을 차려 먹고 있는 힘 있는 사람의 몫은 나눠오지 못하고, 안 그래도 맨 밥에 간장 반찬을 먹고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숟가락을 빼앗고 있다. 가난을 해결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 가난한 자와 싸우고, 불평등을 해결할 의지가 없는 사람이 약한 자에게 책임을 추궁한다고 했다. 사회적 약자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최저임금 문제를 풀기 위한 보다 현명한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글 | 조영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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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 있다면
이주민센터 친구 이메일(friend79law@gmail.com)로 보내주시면

그 중에 한 가지를 선별하여 법률살롱에서 자세히 설명해 드릴게요.

<이주민센터 친구>는 평화·인권·공존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국에 머무는 다양한 이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생활하고 있는 비영리단체입니다. 2012년 영등포구 대림동 단칸방에서 첫 발을 내딛은 이후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주민을 위한 법률지원, 생활 자립지원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재미나게 해오고 있습니다.

Homepage : http://www.chingun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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