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은 생존의 요구다

차별금지법은 생존의 요구다

*4월 8일 국회 본청 계단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제 정당, 국회의원들이 공동주최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올해 차별금지법을 반드시 제정하기 위한 행동을 시작하는 자리였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서는 만인선언<평등하다>, 국회 앞과 전국 곳곳의 목요행동<지금 당장>, 차별금지법 연속 쟁점토론회, 국민동의청원, 6월 집중문화제, 전국 도보행진 등을 계획하고 있다. 기자회견 자리에서는 4,382명의 연서명으로 시국선언이 발표되었다. 아래는 ‘차별금지법은 생존의 요구다’ 시국선언 전문이다.

 

차별금지법은 생존의 요구다

 

세상을 떠난 누군가의 부고가 전해질 때마다 우리는 친구의 안부를 확인한다. 나는 살아있음을, 우리는 살아갈 것임을 타전한다. 살아 숨쉬고 있음을 세상에 증명해야 하는, 우리의 삶이 우리의 시국이다.

벗을 잃은 아픔으로 우리가 숨죽일수록 이 세계는 우리를 지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외친다.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우리는 찬반 투표의 대상으로나 세상에 등장했다. 우리의 존엄은 짓밟혔고 모두가 누려 마땅한 권리는 허락되지 않았다. 한국사회의 차별과 혐오가 심각하다는 점은, 코로나19와 함께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어쩌면 우리 모두 알고 있었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각종 시설에서, 차별 한 번 안 당해본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우리는 침묵을 강요당했다. 조금이라도 항의하면 손가락질 당하기 일쑤였다. 사회는 우리를 침묵에 가두고 차별은 없다는 듯 굴었다. 그러나 차별은 한 번도 멈춘 적 없다. 차별은 이 세계가 굴러가는 방식 그 자체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말은 차별에 대한 합의를 승인하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차별은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차별금지법은 생존의 요구다. 우리를 숨 쉬게 하는 법이다. 우리는 용기 내지 않아도 살아낼 수 있는 삶을 원한다. 용기는, 저마다의 꿈을 위해 도전할 때 쓰고 싶다. 존재 자체에 용기를 요구하지 마라. 차별금지법은 자유가 시작되는 자리다. 우리가 고유한 존재로 존중받는 자리, 동료시민으로 함께 서는 연대의 자리다. 차별금지법은 평등의 발판이다. 나로 살기 위해, 너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대항할 권리를 원한다.

‘나중에’ 하겠다는 정부여당에 고한다. 당신들은 ‘지금’을 독점할 권한이 없다. 정의와 진보를 말하면서 혐오에 타협하거나 굴복하는 정치는 이제 지겹다. 국회의 담장 안에 숨어 ‘차별은 나쁘지만 차별금지법은 나중에’라고 변명하는 이들에게 ‘지금’을 내어주지 않을 것이다.

촛불의 화려한 껍데기만 가져간 이들에게 말한다. 지금 찬란하게 빛나는 것은 우리의 ‘지금’이다. 우리는 당신들이 만드는 세계에 입장권을 따내려고 구걸하지 않는다. 우리는 당신들이 ‘지금 하지 않겠다’는 말로 세우는 벽을 부수고 세계를 확장할 것이다. 우리와 함께, 들숨에 평등을 느끼고 날숨에 혐오를 날려보낼 세계를 건설할 것이다.

우리는 다짐한다. 조용히 숨 죽인다면 우리의 ‘지금’은 영원히 나중으로 밀려날 것이다. 우리는 더욱 소란스럽게 외칠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지우는 세상에서 나도 언제든 지워질 수 있음을 잊지 않겠다. 우리도 지워왔을지 모를 소중한 존재들을 더 너르고 단단하게 연결할 것이다. 차별에 맞설 권리와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우리는 요구한다. 국회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지금 당장 제정하라.

우리는 한국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호소한다. 평등을 위해 지금 나서야 한다. 차별과 혐오 없는 민주주의 사회를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더 깊이 숨 쉬고, 더 멀리 나아갈 권리가 있다.

2021년 4월 8일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4,382명의 사람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만인선언 ‘평등하다’ : 참여방법 안내 (국문/영문/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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