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영화들 그 두번째 이야기-회귀(Return)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영화들 그 두번째 이야기-회귀(Return)

이주민영화제MWFF를 준비하면서 올해 다루려는 이슈에 가장 부합하는 영화 한편을 골랐다. 현재 인천에서 열리고 있는 디아스포라 영화제에서도 리턴(Return)이라는 제목으로 상영되고 있는 작품 ‘회귀’이다. 나는 왜 이 두 영화제가 제목을 한국말로 번역함에 있어서 다르게 정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리턴이라는 영어적 표현의 제목이 주는 느낌보다 회귀라고 하는 한자어가 더 강렬함으로 다가 온다. ‘돌아온다’는 의미는 같은 것임에도, 회귀는 마치 ‘귀소본능’이라고 하는 말처럼 들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인듯도 하다. 어린 나이에 이주의 대열에 합류한 사람들이지만, 그것이 본인의 선택이 아니라 부모 또는 입양기관 그리고 타인들에 의해 수행된 이주인 해외입양인이 자신의 혈연적 그리고 문화적 뿌리를 찾아 돌아온다는 상황을 담아 내는 것이 ‘귀소본능’으로 느껴지는 감정 때문인 듯 하다.  

감독인 말레나 최 얀센(Malene CHOI JENSEN)은 자신 또한 덴마크로 입양된 당사자이다. 자신의 경험을 영화에 담아낸 이 영화는 재현 다큐멘터리로서 다큐와 픽션이 결합된 영화라 할 수 있다. 감독이 직접 모든 이야기를 썼지만, 연출과정에서 여주인공 카롤린이 자신의 부모를 찾기 이해 입양기관을 찾아가서 상담 받는 장면들은 실제이기도 하고, 남자 주인공인 토마스가 엄마를 만난 장면은 실제 어머니의 개인적 사생활의 보호를 위해 배우를 출연시키기도 하였다. 그 배우를 너무 잘 아는 관객으로서 몰입에 방해가 되는 요소여서 아예 무명배우를 쓰지 않은 부분이 아쉽기는 했다. 하지만 카롤린과 토마스가 만나는 여러 나라에서 온 입양인들과 나누는 대화나 이야기들은 감독 자신이 해외입양인들이 거주하는 게스트 하우스 ‘뿌리의 집’에서 들었던 실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구성했기 때문에 대화의 내용들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보였다.

나는 인류학박사과정을 위해 들어갔던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으로 온 후배와 외국인 교수 자격으로 2년여를 가르쳤던 프랑스 입양인 출신이었으며 스리랑카 남자와 결혼 한 교수, 그리고 미국으로 입양되었다가 이주관련 미디어 활동도 했고 지금은 대학에서 미디어 관련 전공을 가르치는 교수로 있는 친구를 통해 해외입양에 관한 이야기들을 들어오고 있다. 이들과의 관계를 통해 다시 한국사회의 미혼모의 현실과 빈곤가정 그리고 입양제도의 문제점과 입양기관의 문제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과거와 현재에 이르는 해외입양에 관한 이야기인 이 영화를 보면서 복잡한 심경이 들었다.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에서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하여 말했다. 한국에 처음 와서 한 학회에 참여를 했는데, 거기서 어떤 학자가 해외입양은 인신매매(Trafficking) 라고 해서 충격을 받았고, 그것이 해외입양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만든 계기라고 말하고 있다. 백인의 부모 밑에서 자라면서 다름을 인지할 수밖에 없고, 그 다름으로 인해 성장기간 내내 자신의 뿌리에 대해서 고민했을 수 밖에 없었던 자신의 이야기이자, 같은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부모를 찾는 사람도 있고, 끝내 찾을 수 없어서 절망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차이는 친부모의 거절보다 입양기관의 정보부재가 더 크다. 그들이 다시 돌아와 부모를 찾고자 할 수도 있다고 짐작조차 못한 것일까?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사건이 있다. 프랑스로 입양되어 간 마흔이 훌쩍 넘은 남매가 친부모를 만났다는 이야기가 있다. 여기서 더 충격적인 것은 이들은 부모가 미혼모이거나 빈곤 때문이 아니라 길을 잃었기 때문에 해외로 입양되었다는 사실이다. 부모의 동의조차 받지 않은 해외입양에서 길을 잃은 아이들이 자신의 부모를 찾지 못해서 이산의 아픈 세월을 자그마치 사 십년이나 견디어야 했다. 버림받은 것이 아니라는 부모의 주장은, 버림받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싶은 당사자들의 마음과 어떻게 만나질 수 있을까?

그러나 버림받았다는 감정을 앞세워 비난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의 후배는 결국 엄마를 만나서 양부모와 친모가 함께 축하해주는 결혼식을 치루었다. 한 사진에는 양모와 친모 그리고 시어머니가 그녀들 둘러싸고 찍은 사진도 있다. 그녀가 알아낸 사실은 엄마는 자신의 아이가 해외 입양된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다. 너무나 닮은 모습을 한 엄마와 딸이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부모를 찾았다는 그 사실 하나로 해피엔딩 일까? 내가 아는 프랑스 입양인 교수는 친모를 만나고 난 후 좋지만 힘든 감정에 대해 이야기 했다.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그녀는, 한국식 감정표현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왜 울어야 하는지, 왜 울음을 강요하는 분위기를 만드는지, 한국식 신파의 연출을 요구하는 제작팀들의 태도가 불쾌했다고 한다. 그래서 ‘회귀’를 만든 감독은 찾고 싶은 부모이고, 문화적 뿌리이지만, 결국은 다른 두문화가 만나서 생기는 갈등의 과정이기도 함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우린 입양인들의 부모 찾기 노력을 개인들의 어쩔 수 없는 삶으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건 불행한 몇몇 사람들의 선택에서 빚어진 비극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올해 이주민영화제MWFF는 그건 개인적인 사정이 아님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을 만들고자 한다. 침묵을 강요 받아 온 역사와 사회구조와 개인들의 삶을 연결해 보려 한다. 왜 우리는 아직도 해외입양기관이 존재해야 하는가? 잊혀지고 침묵을 강요 받은 역사는 무엇인가?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보려 한다.

특히 미군정시대를 거치면서 한국여성이 양공주라 불리며 살 던 그 시대에 태어난 ‘혼혈인들’이라고 불렸던 그 사람들이 어떻게 국가에 의해 해외입양이라는 절차를 통해 ‘강제이주’되었는 지 이야기를 해야만 한다. 적응 못하고 돌아 온 그들이 어떻게 사라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건 혼혈이 아니었음에도 삭제 되었던 한 입양인이 미국에서 조차 등록된 시민이 아니어서 강제추방 되어 낯설기만 한국에서 언어적 어려움과 생활고의 어려움 속에서 자살을 선택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 해야 한다. 등록되지 않은 삶이란 무엇이길래 한 인간의 존재를 지우고 그 존엄성을 짓밟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러한 사실은 다시 이 땅의 미등록이주아동의 문제와 연결되고 비록 부모가 있어도 그 존재가 삭제된 아이들의 이야기를 끄집어 내어 ‘보편적 출생등록이라는 사회적 이슈’와 연결 지어야 한다.

이주의 시대, 국제이주기구 IOM은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한 번이라도 어떠한 기간과 상관없이 국경 안이든 바깥이든, 체류자격이 있든 없든, 우리 모두는 이주자이다.’ 라고 이주민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누구도 예외없이 이주민의 위치에 서게 된다. 이주민방송MWTV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선주민’이라는 말을 낯설어 하여 질문한다. 한국에 먼저 정착한 조상들 덕에 선주민이 된 위치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통 털어서 이주라는 것이 인간이 지구라는 곳에 살기 위한 방편이었고, 과거이자 현재이고 미래이다. 그러나 내가 선택하지 않은 ‘이주’에 대해서 우리는 좀 더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어린 이주자들이었던 해외 입양인들과 현재 한국사회에 거주하는 이주아동들의 이야기들을 통해서 말이다. 누구를 비난하고 죄의식을 갖게 하고는 잊어버리기 위함이 아니라 무엇을 바꾸어 내야만 우리는 이 어린 이주자들이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고 살아낼 수 있고, 어떻게 하면 이 어린 이주자들이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 타자의 선택으로 인해 강제된 삶을 살지 않도록 끝장 낼 수 있는 지 고민해봐야 한다. 2017년 5월21일 강제추방 되어 돌아온 후 자살한 필립 클레이(김상필)를 추모하며 글을 마무리 짓는다.

 

글·사진 | 정혜실 (mwtv@hanmail.net)

목록으로
메뉴, 검색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