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읽기] 《비정규 사회》 우리 사회에서 가장 노동조건이 열악한 ‘비정규’ 노동자 범주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
또다른 비정규 노동자, 이주노동자
– 《비정규 사회》 읽기 –
글. 가원

초등 교사를 하는 지인과 안부를 묻다 지인 학교의 영국 출신 원어민 교사들로 화두가 옮아간 적이 있다. 지인은 한국이라는 나라가 그이들에게 퍽 노동하기 좋은 조건을 제공 한다며 부러워(?)했다. 높은 수준의 임금이며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살만한 아파트를 제공받아 한시적이나마 외국에서의 삶이 퍽 안정적인거 같다고 했다. 이들은 언제든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만큼 일하고, 최저임금을 훨씬 웃도는 급여를 받으며, 살만한 집에서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는 비정규 ‘이주노동자들’이다.
그에 반해 지난 4월 30일 보신각 앞, 노동절 행사로 모인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들의 요구는 참으로 기가 막혔다. ‘자유로운 사업장 이동’, ‘숙식비 강제 징수 지침 철회, ‘단속 추방 근절’ 등이 그 날 모인 집회 참석자들의 외치는 구호였다. 이들의 삶은 안정적이라는 말과 어울리지 않는다. 사실상 우리 사회에서 가장 노동조건이 열악한 ‘비정규’ 노동자 범주에 속할테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땅에서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가 정규직이 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정규/비정규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
도서 《비정규 사회》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비정규직 문제를 인간 존엄성의 측면에서 쉽게 써내려가고 있다. 저자인 김혜진은 노동자들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커질수록 가난해지게 마련인데, 불안한 시대에는 모두 가난하다 말하고 있다. 따라서 임금으로만 생활을 보장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누려야 할 사회적인 권리를 기업과 정부가 보장하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누려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인간다운 삶의 권리’는 조건 없이 부여되어야 한다. 여러 투쟁의 현장의 노동자들이 스스로 ‘노동자’라고 호명하는 것은 노동자가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들을 자신들에게도 부여하라는 뜻이 담겨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한국 사회에 차고 넘치는 비정규직의 문제는 다시 말해 차별의 문제이고 기본적인 권리의 문제이자 일상적인 안위와 안정적인 삶에 관한 문제이다. 마찬가지로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들이 가지고 있는 사업장 이동의 권리나, 최저임금 이상의 적절한 임금, 안정적인 주거 등의 보장은 국가가 이 땅의 모든 노동자에게 보장해야 하는 ‘인간다운 삶의 권리’일 것이다. 노동절 집회에서 자유롭게 사업장을 선택할 권리를 요구해야 하는 이들이야 말로 한국 사회의 비정규직 노동자 범주에도 속하지도 않는 또 다른 비정규 노동자들이다.
이 책의 저자는 결국 ‘투쟁’이 세상을 바꾸고, 정규직이 되기보다 비정규직 체제를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노동절 집회에 모여 ‘자유로운 사업장 이동’, ‘숙식비 강제 징수 지침 철회’, ‘단속 추방 근절’ 등의 외침은 생존의 외침이자, 인간다운 삶의 기본적인 권리를 요구하는 뜨거운 투쟁이다.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는 사람이라면 이주노동자들의 안정적이고 인간적인 노동조건을 위해 함께 손을 맞잡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권리 없는 노동, 간신히 유지되는 불안한 삶이라는 측면에서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들과 한국 사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의 속성은 닮은 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달에는 이 책을 읽어보시면 좋겠다. 비정규직 사회.

가원 유엔인권정책센터 활동가

단체에서 주로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한 현지 사전정보제공 사업을 담당하고 있고 본국으로 귀환하는 이주 여성의 자립에 관한 사업도 한다활동의 주요 키워드는 여성노동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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