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인권] 현대판 노예제로부터의 보호 (유엔인권이사회모니터링보고서)

<33차 유엔인권이사회 모니터링 보고서 > 3 이주민인권

현대판 노예제로부터의 보호 

집필 | 김기원 (유엔인권정책센터 활동가)

 

1.    개념정리 : 현대판 노예제와 채무노예(debt bondage)

 

국제조약상 노예제는 “소유권 행사에 부속되는 권한의 일부 또는 전부의 지배를 받는 사람의 지위 또는 상황”으로 정의되었었다.[1] 그러나 소유권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개념의 노예제는 아니나 유사한 제도와 관행들이 등장함에 따라, 유엔은 부속조약[2]을 채택하여 채무 노예(debt bondage), 농노제도(serfdom), 강제혼과 아동 결혼, 여성에 대한 남편 및 그 가족의 소유권 행사 등의 상황을 ‘노예와 같은 신분(servile status)’으로 규정하고 금지했다. 현대판 노예제의 개념은 이처럼 전통적 노예제라고 규정할 수는 없으되, 불균형적인 힘의 관계, 피해자의 자유로운 의사 상실, 노동력 착취 등 핵심 요소로 특정지어지는 상황을 포괄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부속조약에 언급된 네 가지 유사한 관행 중 하나인 채무 노예는 (1) 개인의 노동 또는 개인의 통제 하에 있는 제3자의 노동이 (2) 융자(loan) 또는 사전에 지급된 돈에 대한 상환으로써 요구되고 (3) 노동의 가치가 부채를 청산하는데 반영되지 않거나 서비스의 기간에 제한이 없고 서비스의 성격이 정의되지 않은 상황을 일컫는다.[3] 기본적으로 채무 노예는 노예제에는 미치지 않는 예속상태로 구분되나, 만일 법적 또는 실질적 소유권이 관계된 경우, 노예제에도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4]

 

2.    인권침해 경향분석: 채무에 따른 현대판 노예화

 

(1)  채무 노예의 핵심 동력

 

채무 노동자들은 세대를 이은 빈곤에 시달린 경우가 많으며, 자산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것을 넘어 토지, 교육, 의료서비스, 괜찮은 일자리 또는 대안적 고용기회에 대한 접근이 부족하다. 때문에 이전 일자리에서의 보수가 형편없었던 경우도 상당히 많다. 결국 생활비 부족 또는 질병, 사고, 결혼, 가족구성원의 죽음 등으로 융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신용거래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고용주 또는 중개인이 됨으로써 채무 노예의 덫에 빠지게 된다. 특히 교육에 대한 접근이 박탈됨에 따라 글자 또는 산수를 알지 못하는 경우, 고용주에 의한 착취에 더욱 취약하게 된다.

 

또한 채무노동자들은 대부분 차별에 취약한 소수집단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5] 특정 인종 또는 ‘낮은’ 계급의 출신이거나 여성, 아동, 선주민, 이주노동자인 경우가 많으며 이는 앞서 언급된 교육과 다양한 서비스 및 기회에 대한 접근 장벽과 직결된다. 특히 소수자들은 공정한 대우를 요구하거나 착취에 저항할 경우, 사회적 제재를 직면하게 되어 차별을 극복하거나 채무 노예 상황을 벗어나는데 더욱 큰 어려움을 직면하게 될 수 있다.

 

위태로운 노동 이주(precarious labour migration) 또한 채무 노예의 핵심 동력 중 하나다. 위와 같이 차별과 빈곤, 대안적 일자리의 부재 등으로 인하여 혹은 기타의 이유로 이주를 결정할 때, 중개업자가 제공하는 잘못된 정보 또는 거짓 약속에 기반하여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6] 한편, 목적국에서는 외국인에 대한 사회적 적대감과 목적국에서의 보호 미비로 인하여 착취에 취약한 상황에 놓이게 되며 고용주들의 임금 체불 등으로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 이 문제는 다음 섹션에서 보다 자세히 다룬다.

 

(2)  이주노동자와 채무 노예

 

이주노동자들은 일반적으로 작업장에서 착취와 학대에 처해질 위험성이 높다. 채용 과정에서부터 고용주와 중개업자들에 의한 기만이 있을 수 있으며, 기만이 없었다 하더라도 이 과정에서 부채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주노동자들의 채무는 주로 채용 비용을 지불하기 위하여 과도한 이자로 돈을 빌리거나 목적국에서의 일자리 확보를 위해 중개업자로부터 선불금을 지급받으면서 생긴다. 가령 중개업자들이 이동 비용, 노동 계약서 및 기타 서비스 비용을 이주노동자에게 청구하면 이는 고스란히 그들의 부채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중개업자와 고용주들이 이주민에게 계약서를 제공하지 않는 관행이 일상적이며, 일부 이주민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로 된 계약서를 받기도 한다.[7] 또한, 목적국에 도착하면 출신국에서 서명한 계약서가 더 낮은 임금과 다른 직무를 기술하고 있는 계약서로 대체되는 경우도 많다. 식당에서 요리를 할 것이라 얘기를 들었는데 가정집에서 가사노동을 해야하는가 하면,[8] 무상으로 어선에 태운 뒤 일을 시작하면 채용과 이동 비용 등을 고금리에 상환하도록 하는 관행 등이 보고된 바 있다.[9]

 

이러한 계약 대체가 일어나더라도 대부분의 이주민이 채용 비용을 많이 지불했거나 그를 지불하기 위해 부채를 떠안았기 때문에, 결국 선택권 없이 대체된 계약을 받아들이거나 가혹한 조건에서 강제적인 노동을 수행하며 위협과 신체적 학대, 심각한 이동의 자유 제한 등에 노출되게 된다. 대표적으로 (1) 임금 미지급 또는 과도한 체불, 동일 가치의 노동에 대한 동일하지 않은 임금 또는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 지급, 초과근무에 대한 수당 미지급, 유급휴가와 병가 거부 등 보수와 관련한 문제, (2) 고용주의 여권 또는 신원확인 문서의 압수 또는 파기, (3) 과중하거나 위험한 신체적 노동을 안전장비와 훈련 없이 장시간 수행하는 등의 산업안전과 건강과 관련한 문제들도 뒤따른다.[10]

 

이와 더불어 차별과 외국인 혐오, 사회적 지원체계의 부족, 법적·행정적 제도에 관한 접근 거부 또는 제한, 노동 및 산업안전에 관한 기준 이행 미비, 이주노동자의 노동조합 조직화 부족 등 목적국 내 다양한 사회적 및 제도적 문제들은 이주노동자들이 직면한 상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벗어날 수 없도록 하는데 기여한다.

 

(3)  채무 노예의 철폐에 있어서의 장벽

 

현대판 노예제에 관한 특별보고관은 다음의 사항들을 채무 노예의 철폐에 있어서 과제로 꼽고 있다.[11]

 

●  채무노예 폐지와 노동자의 권리에 관한 법률의 부재 또는 적절한 집행 부재

●  (가해자 처벌을 위하여 형사법이 적용된 경우) 피해자에 대한 보복을 방지하기 위한 법적 조치의 부재 또는 이행 미비

●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선불금을 지급하는 중개업체 또는 브로커에 대한 규제 프레임워크 및 관리감독의 부재

●  (특히 소수자인 경우) 사법과 효과적 구제에 대한 제한적 접근

●  채무노예 피해자를 식별하기 위한 적절한 메커니즘의 부재 또는 그러한 메커니즘의 비효과성(불충분한 자원 분배, 공무수행인의 비적극적 태도, 데이터의 부족, 당국의 새로운 형태의 채무노예 인식 실패 등)

●  대안적 생계수단 보장, 법적 문서 획득 등 채무노예 피해자의 회복과 재통합을 위한 보호 및 지원 부족

●  빈곤, 문맹, 괜찮은 일자리에 대한 접근 부족, 사회적 배제, 차별 등 채무노예를 발생시키거나 촉진하는 요인들을 표적한 조치의 부재

●  지역사회 내 권위가 있거나 사회적 엘리트 집단에 속하는 고용주의 압력에 영향을 받는 등의 부패

 

3.    가이드라인: 이주민의 현대판 노예제로부터의 보호[12]

 

(1)  법적 및 제도적 프레임워크 구축

 

원칙1. 채무노예는 국내 법체계에서 범죄로써 금지되어야 한다.

채무노예의 철폐와 예방에 있어서 이는 필수적인 첫 단계이다. 강제노동 또는 트래피킹과의 관련성은 인정되나, 채무노예는 별도의 법률위반행위로 규정되어야 하며 가해자에 대하여 적절한 처벌을 부과해야 한다. 또한 채무노예 기간 중 피해자가 쌓은 모든 부채는 무효화되어야 한다.

 

원칙2. 채무노예를 포함한 현대판 노예제의 철폐를 위한 포괄적인 국가행동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채무노예 철폐를 위한 법률들이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중개업체의 규제, 단결권, 임금 지급 등에 관한 사항을 포괄해야 하며, 피해자의 보호를 보장해야 한다. 또한 적절한 자원이 분배되어야 하며, 법집행 공무원과 노동 분야 공무원이 피해자 식별 등에 있어서 보다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훈련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및 절차를 수립할 수 있다.

 

원칙3. 차별금지법 제정 등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차별에 대응하는 것은 채무노예의 예방전략에 있어 핵심적이며, 국가는 복합적이고 교차적인 형태의 차별로 인하여 채무노예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집단들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강건한(robust)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하며 채무노예에 취약한 집단에 대한 낙인과 선입견을 없애기 위하여 대중 인식개선 캠페인을 시행하고 교과과정에 관련 내용을 포함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한다.

 

원칙4. 근로감독제도에 적절한 자원을 분배하고 근로감독관에 대한 훈련을 제공해야 한다.

채무노예와 관련된 법률은 강제노동, 아동노동, 사회보장, 임금, 노동조건, 건강과 안전, 노동조합, 단체교섭, 평등 등에 관한 유관 법률과 함께 준수되고 있는지 효과적인 모니터링이 진행되어야 한다. 공식과 비공식 영역을 망라하여 이러한 모니터링이 진행되려면 적절한 자원의 분배와 근로감독관의 지식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 노동시장에 관한 규제는 결사의 자유 및 평화로운 집회에 대한 권리와 단체교섭권이 보편적으로 보장되도록 해야한다.

 

원칙5. 포괄적이고 젠더에 민감한 국가이주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포괄적인 정책은 인권에 기반한 접근에 기반하여 이주의 전 단계와 과정을 다뤄야 하며, 이주에 한정되지 않고 건강, 교육, 고용, 아동, 사회정책 등 관련 분야의 정부 부처 및 기관의 참여 속에 세밀히 짜여지고 조정이 되도록 해야한다. 또한, 국가인권기구, 민간 영역, 고용주와 노동자 단체, 시민사회를 비롯하여 이주민 당사자들과의 광범위한 협의를 통해 고안되어야 한다.

 

(2)  기업 규제와 노동 분야 조치

 

원칙6.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에 따라 민간 영역을 효과적으로 규제해야 한다.

국제법상 국가는 관할권 내 기업을 포함한 모든 주체에 의한 인권침해로부터 사회구성원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이 ‘보호의 의무’를 준수하려면 국가는 기업이 인권을 존중하도록 강제하는 (혹은 그러한 결과를 낳는) 법률을 시행하고, 기업의 설립 및 운영을 관장하는 법과 정책이 기업의 인권존중을 촉진하도록 해야 한다.[13] 한편, 기업들은 (1) 기업 활동으로 인하여 부정적인 인권 영향을 야기 또는 그에 기여하지 않도록 해야하며, 그러한 영향이 발생한 경우 그에 대응해야 하고, (2) 그들의 운영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부정적인 인권 영향을 예방 또는 완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종합하면, 국가는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에 따른 국가의 의무를 이행함과 동시에 기업의 책임 또한 준수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촉진해야 한다.

 

원칙7. 괜찮은 일자리에 대한 접근을 개선하는 프로그램에 투자해야 한다.

‘괜찮은 일자리’란 존엄성, 평등, 공정한 소득, 그리고 안전한 노동조건의 복합체이다. 사람을 발전의 중심에 놓고 모두가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며, 착취로부터 보호될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모두를 포함하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지향한다. 즉, 구체적 정의가 있거나 고정된 개념이 아니다.[14]

그러나 국제적으로 ‘공정한 임금’은 노동의 결과를 넘어 노동자의 책무, 노동을 수행하는데 요구되는 기술과 교육의 수준, 노동과 관련되어 직면하는 특수한 어려움, 노동이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 개인 및 가족생활에 미치는 영향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한 것이어야 한다. 또한, 단순한 임금을 넘어 보조금, 의료보험, 주거·식량 수당 등 직·간접적으로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양의 추가적인 수당을 포함한 보수(remuneration)는 노동자와 그의 가족이 사회보장, 의료보건, 교육, 적절한 생활수준 등에 대한 권리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할만큼 충분해야 한다.[15]

 

원칙8. 반인권적인 채용 관행을 규제하기 위한 포괄적인 제도를 수립해야 한다.

이주민을 대상으로 채용 비용을 부과하는 관행을 철폐하여 모든 비용을 고용주가 부담하도록 해야한다. 모든 이주노동자는 그들이 이해하는 언어로 작성된 계약서를 받도록 해야하며, 계약 대체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한다. 출신국과 목적국 간의 협약이 체결되고, 그에 노동자의 권리를 명시하는 계약서 양식이 포함된다면 이주노동자의 인권 보호를 강화할 수 있다.

 

원칙9. 이주노동자 착취를 예방하는 조치를 취하고 착취를 자행하는 고용주에게는 제재를 가해야 한다.

모든 이주노동자가 현금이 아닌 은행계좌를 통해 임금을 지급받도록 법률로써 규정하고, 여권과 기타 신원확인 문서를 압수하는 행위를 적절한 처벌이 부과되는 범죄로 규정해야 한다. 이주 지위가 한 고용주에게 묶여있도록 하는 초청제도를 사용해서는 안 되며, 비자 역시 고용주에게 묶여있으면 안 된다. 언제든 이주민이 고용계약을 종료하고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다른 고용주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착취를 자행한 고융주에 대한 제재는 이주민에 대한 노동 착취 방지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 착취적인 비정규 이주에 대한 요구를 줄이고 밀수업자의 권력을 줄임으로써 불법 노동시장의 크기를 줄이는데도 기여할 수 있다. 유럽연합의 ‘고용주 제재 훈령(Employers Sanctions Directive)’은 비록 아직 효과적이고 광범위하게 이행되고 있지는 않으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니셔티브다.

 

원칙10. 모든 이주민의 단체 결성 및 가입에 대한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

‘모든 이주민’은 비정규 상황의 이주민을 포함하며, ‘단체’에는 노동조합이 포함된다. 물론 동 권리를 행사하여 설립된 노동조합 및 단체 또한 인정해야 한다.

 

 

4.    결론

 

이번 회기에서 유엔 인권이사회는 현대판 노예제에 관한 특별절차를 3년 동안 연장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차별과 사회적 배제, 젠더 불평등, 빈곤이 현대판 노예제의 중심에 있음과 이주노동자의 특수한 취약성을 인정”했다.[16] 이어 보다 구체적으로 법률의 부재, 법체계의 결함 또는 허점, 충분히 효과적이지 않은 제재조치, 법과 정책 이행을 위한 의지와 자원 부족, 피해자 식별의 어려움, 효과적인 재활 조치의 부재 등을 노예제 철폐에 있어서의 과제들로 언급했다. 이러한 내용은 비록 직접적으로 국가들의 행동을 촉구하는 성격의 것은 아니나, 국가 간 보편적으로 합의가 된 내용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실제 국내에서 보도되는 이주노동자들의 사례를 접하다 보면, 고용허가제가 ‘노예허가제’로 불리는 것이 이해가 된다. 하루 10시간이 넘는 긴 노동을 수행했음에도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사람, 월세 등을 이유로 계약서상 임금보다 적게 받는 사람, 고용주의 경영난을 이유로 월급을 아예 받지 못하는 사람, 고용주의 요청에 따라 휴식 없이 다른 곳에서 노동을 끊임없이 수행해야하는 사람 등 지독한 착취 사례는 그 종류를 다 나열할 수도 없다.[17] 작업 중 사고를 당했음에도 산업재해를 인정받지 못하여 일을 다시 구하는 것도, 치료를 받는 것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진 사람,[18] 공장에서 일하다 이후 암 등 불치병으로 생명을 잃은 사람 등 건강과 생명까지 침해된 사례도 너무도 많다. 물론, 남성 노동자는 고용주의 폭행과 폭언, 여성 노동자는 성폭력의 위협에까지 시달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아무리 부당한 일을 겪었어도 그 상황을 벗어나고 그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바로 고용허가제 하에서 유지되어온 사업장 변경 제한이 핵심적이다. 현재 사업장 변경은 ‘사용자의 승낙 하에 3년 체류 기간 동안 3회만 가능’하며 ‘고용주가 법률을 위반한 경우는 이에 포함되지 않는데, 이 때조차 임금체불, 폭언, 폭행, 성폭행 등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입증책임은 이주노동자에게 있다’고 한다.[19] 이에 더해 변경 허가를 어렵사리 받았다고 해도 이주노동자들이 새로운 사업장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주로부터 선택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며, 퇴직금은 출국한 이후 수령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퇴직금을 받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그러나 2014년 일명 ‘염전 노예’ 사건 이후의 대응을 보아도, 국내 법과 정책은 강제노동, 트래피킹(trafficking), 그리고 현대판 노예제를 예방하고 그에 대응하는데 있어서 상당히 부족하다.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협소한 ‘인신매매’의 법적 정의를 비롯하여 관련법 자체의 문제도 존재하며, 실제 그러한 인권침해를 인정하고 법률을 적용하는 경우도 드물다는 점에서 총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지난해 유엔 시민·정치적 권리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내린 권고는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다:

 

●  고용허가제 하의 노동자들이 고용주 변경을 자유롭게 하도록 허락할 것

●  노동 감독을 강화하는 것을 포함하여 강제노동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

●  E-6 연예흥행비자가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에 사용되지 않도록 규제할 것

●  인신매매 의 정의가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하며, 인신매매 피해자를 식별하고 피해자로서 필요한 모든 지원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

 

5.    참고자료

 

●  이주민 특보 보고서: http://www.ohchr.org/Documents/Issues/SRMigrants/A.HRC.26.35.pdf

                                            

[1]  노예제 조약(Slavery Convention of 1926) 제1조1항.

[2]  노예제, 노예무역, 노예제와 유사한 제도 및 관행의 폐지에 관한 부속조약(Supplementary Convention on the Abolition of Slavery, the Slave Trade and Institutions and Practices Similar to Slavery of 1956).

[3]  A/HRC/33/46, 6절.  (2016).

[4]  위의 책, 5절.

[5]  위의 책, 41절.

[6]  위의 책, 43절.

[7]  A/HRC/26/35, 35절. (2014).

[8]  위의 책.

[9]  ILO, “Application of international labour standards 2016 (1): report of the Committee of Experts on the Application of Conventions and Recommendations”, p.179.

[10]  A/HRC/26/35, 36-37, 40절.

[11]  A/HRC/33/46, 44절.

[12]  본 가이드라인은 현대판 노예제에 관한 특별보고관의 보고서(A/HRC/33/46) 중 결론에 포함된 유엔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권고들에 기반을 두고 있다.

[13]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에 관한 자료 참조: http://www.ohchr.org/Documents/Publications/GuidingPrinciplesBusinessHR_EN.pdf

[14]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ILO)의 ‘괜찮은 일자리 의제(Decent Work Agenda)’는 완전하고 생산적인 고용, 일자리에서의 권리 보장, 사회 보장, 그리고 사회적 대화의 증진을 4가지 기둥으로 삼고 있다. 실제 일자리의 ‘괜찮은’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10가지 지표는 고용 기회, 적절한 소득과 생산적 노동, 괜찮은 노동시간, 일·가정·사생활의 균형, 철폐되어야할 노동, 노동 안정성, 고용에서의 동등한 기회와 대우, 안전한 노동 환경, 사회보장, 사회적 대화 및 고용주·노동자 대표성이다. 더 자세한 내용은 공식 홈페이지 참조: http://www.ilo.org/global/topics/decent-work/lang–en/index.htm

[15] 이외에도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는 ‘공정하고 유리한 노동조건(협약 제7조)’에 대하여 다양한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일반논평 전문 참조: http://tbinternet.ohchr.org/_layouts/treatybodyexternal/Download.aspx?symbolno=E/C.12/GC/23&Lang=en

[16] A/HRC/RES/33/1 (2016).

[17]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11/13/0200000000AKR20151113075600052.html

[18] http://wspaper.org/article/17902

[19] http://wspaper.org/article/17604

 

집필 | 김기원 (유엔인권정책센터 활동가)

출처 | 33차 유엔인권이사회 모니터링 보고서(2016.11)

자료제공 | 유엔인권정책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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