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인권] 강제실종으로부터의 보호 (유엔인권이사회모니터링보고서)

<33차 유엔인권이사회 모니터링 보고서 > 3 이주민인권

강제실종으로부터의 보호 

집필 | 김기원 (유엔인권정책센터 활동가)

 

1. 개념정리 : 강제실종 

유엔 강제적 실종으로부터의 모든 사람의 보호에 관한 선언(이하 강제실종선언)[1]은 강제실종을 (1) 다양한 정부 기관이나 계층(levels), 또는 정부를 대신하여 혹은 정부의 직·간접적인 지원이나 동의, 묵인 하에서 행동하는 조직된 집단이나 민간 개인에 의하고 (2) 개인의 의사에 반하여 사람을 체포·구금·납치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자유를 박탈하며 (3) 뒤이어 그의 운명이나 행방을 공개하거나 그의 자유 박탈을 인정하는 것을 거부함으로써 그를 법의 보호 밖에 두는 것으로 정의한다.

강제적 또는 비자의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이하 강제실종 실무그룹)[2]에 따르면, 자신들의 활동범위에 포함되는 강제실종은 반드시 국가 행위자가 직·간접적으로 관여되어있는 경우에 한정되며 단순 유괴나 납치와는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3] 그러나 국가의 허가, 지원, 또는 묵인 없이 개인 또는 집단이 강제실종에 견줄만 한 해위를 한 경우에도 국가는 수사를 진행하고 가해자를 처벌해야 할 의무를 가진다.[4] 또한 가해자의 의도와는 관계 없이 강제실종 피해자가 법의 보호 밖에 있다는 결과가 발생했다는 점이 핵심적이다.[5]

1. Declaration on the Protection of All Persons from Enforced Disappearance (1992).
2. Working Group on Enforced or Involuntary Disappearances.
3. A/HRC/7/2, para. 26 (2008).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Rome Statute of the International Criminal Court, 1998)은 정부의 직·간접적인 관여 없이도 정치적 집단을 잠정적 가해자로 포함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4. 위의책.
5. 위의책.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은 강제실종의 정의에 장기간 동안 피해자를 법의 보호 밖에 두려는 의도를 포함하고 있다.

2. 인권침해 경향분석 : 이주 맥락에서의 강제실종

(enforced disappearance in the context of migration)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이주민’의 개념은 없으나, 아래 내용에 대하여 이주민은 “시민 또는 국적자인 국가 밖에 있는 모든 사람, 또는 무국적자의 경우에는 출생국가나 상시적 거주지 밖에 있는 모든 사람”을 뜻하며, 이에는 망명신청자와 난민, 그리고 경제, 노동, 기후 및 기타 사유로 이주하는 모든 사람들이 포함된다.[6]

(1) 강제실종(위협)으로 인한 이주

강제실종과 이주는 크게 두 가지의 형태로 상호연관성을 가질 수 있다. 먼저, 강제실종(위협)으로 인하여 이주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1) 이주를 하지 않으면 직접적으로 강제적 또는 비자의적 실종에 처해질 위협이 있거나 (2) 친척 또는 사랑하는 사람의 실종이 있어 위협을 느끼거나 (3) 그들의 실종과 관련하여 정의를 추구하는 활동으로 인한 보복의 위험이 있거나 (4) 강제실종을 방지하기 위하여 활동하는 인권옹호자인 경우 등이 포함된다.[7]

1970년대와 80년대 아르헨티나, 칠레 등 남아메리카 국가에서 강제실종이 관행적으로 흔히 사용되어 이러한 형태의 이주가 많이 있었는데, 최근에도 시리아 분쟁으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강제실종의 위협으로부터 피하기 위해 이주하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8]

(2) 이주민의 강제실종

이주민의 강제실종에는 크게 (1) 정치적 이유로 의한 강제실종, (2) 이주민의 구금 또는 추방 과정에서의 강제실종, 그리고 (3) 민간 행위자에 의한 강제실종이 있다.

정치적 이유로 인한 강제실종은 피해자의 출신국과 목적국(또는 경유국) 간의 협력이 특징적이다. 대게 피해자들은 출신국에서의 박해를 피하기 위해 이주를 하며 이때 출신국은 목적국에게 피해자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목적국은 피해자(정치적 난민 또는 이주민)의 위치를 파악, 검거하여 그를 출신국으로 송환한다. 어떠한 경우에는 출신국 요원들의 입국을 허용하여 직접 자국민을 검거하도록 하기도 한다.[9] 1970년대와 80년대 남아메리카의 여러 군부체제 하에서 실제 이렇게 검거된 이주민 중 다수가 강제실종에 처해졌으며, 최근에도 북한 인권조사위원회의 보고서를 통해 비슷한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10]

한편, 경유국 또는 목적국에서 행정 또는 형사 절차에 따라 구금된 이주민이 실종되거나 출신국 또는 타국으로 추방된 이후 강제실종에 처해지거나 처해질 위험이 있음에도 추방된 경우도 있다. 전자의 경우, 구금의 불투명성 또는 은밀성과 사법제도에 대한 상당히 제한된 접근에 일부 기인할 수 있으며, 후자는 출신국에서의 박해 위험에 대한 평가를 포함한 공식적인 추방 절차를 제대로 존중하지 않아 발생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이주민이 경유국 또는 목적국에 도착했을 때, 해당국의 국가요원이 민간 행위자에게 이주민을 넘기기도 한다. 이러한 민간 행위자가 조직범죄 집단인 경우가 많으며 이후 넘겨진 이주민은 경제적 또는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트래피킹(trafficking)의 대상이 될 수 있다.

6. A/HRC/33/51, para. 49 (2016).

7. 위의책, paras. 51-53.

8. 관련 내용은 유엔 시리아 인권조사위원회(Independent International Commission of Inquiry on the Syrian Arab Republic) 보고서들에 기록되어 있다.

9. A/HRC/33/51, para. 56.

10. E/CN.4/1983/14, paras. 91-92와 A/HRC/25/CRP.1, paras. 446, 452-453 참조.

3. 가이드라인 : 이주민의 강제실종으로부터의 보호

(1) 강제실종 일반에 관한 국가의 의무

원칙 1. 모든 국가는 강제실종을 수행, 허용 또는 용인해서는 안 된다.[11]

이를 위하여 모든 국가는 관할권 내에서 강제실종의 예방과 철폐를 위하여 효과적인 입법적, 행정적, 사법적, 또는 기타의 조치를 취해야할 의무가 있다. 분쟁 상황, 분쟁의 위협, 국내의 정치적 불안정, 공중 비상사태 등 어떠한 상황도, 그리고 어떠한 공적 주체, 민간인, 군대 등의 명령 또는 지시도 강제실종을 정당화할 수 없다. 그러한 명령 또는 지시를 받은 자는 그에 불복종할 권리이자 의무를 가지며, 법 집행 공무원의 훈련 과정에서 반드시 이러한 내용들이 강조되어야 한다.

원칙 2. 모든 국가는 강제실종을 형사상 범죄로 규정하고 적절한 처벌을 부과해야 한다.[12]

형사 처벌에 더하여, 강제실종의 가해자와 그를 조직, 묵인, 또는 용인한 국가나 당국 관계자는 민법상 책임 또한 가질 수 있다. 만일 강제실종에 관여한 자가 피해자가 생존한 채로 발견될 수 있도록 하거나 강제실종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데 기여하는 정보를 자발적으로 제공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국내법을 통해 이를 감경 사유로 규정할 수 있다.

11. 강제실종선언 제2-3조, 제6-7조.

12. 강제실종선언 제4-5조.

(2) 이주민의 구금에 관한 원칙

원칙 3. 모든 구금은 사법기관의 효과적 통제 하에서 제한된 시간 동안 이뤄져야 한다.[13]

동 원칙에 따른 사법기관 또는 기타 국가기관은 법에 따라 적절한 권한이 부여되고 능력(competence)과 공정성, 독립성이 충분히 보장되는 지위와 활동기간을 보장받아야 한다.[14] 또한 법에 따라 최대 구금 기간이 규정되어야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구금 기간이 영속적이거나 과도해서는 안 된다.[15] 구금된 이후에도 개별 사건에 대한 자동적이고 정기적인 사법 검토가 있어야 하며, 구금 기간이 만료되면 이주민은 자동적으로 풀려나야 한다.[16]

원칙 4. 모든 이주민은 구치 및 구금에 관한 정보를 전달받아야 한다.[17]

이주민의 입국 또는 일시적 거주 허가가 거부된 경우, 그러한 결정의 성격과 근거에 대한 내용을 포함한 관련 정보가 반드시 당사자에게 당사자가 이해하는 언어로, 최소한 구두로라도 전달되어야 한다. 이는 국경 또는 (이미 입국한 경우) 국경 내에서 등 이주민이 심문받는 장소와 관계가 없다. 만일 이주민이 구금될 경우, 구금 조치에 관한 통보는 조치의 근거와 사법기관에의 구제 신청 절차에 관한 내용을 포함해야 하며, 반드시 당사자가 이해하는 언어로 서면으로써 이뤄져야 한다.

    

원칙 5. 자유 박탈은 최후의 수단으로써 공식적으로 인정된 구금 장소에서만 이뤄져야 한다.[18]

이주민의 구금이 필요하더라도 비례적절성의 원칙(principle of proportionality)에 따라 최후의 수단으로써만 이뤄져야 하며, 특히 이주 아동·청소년의 구금은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따른 국가의 의무를 위반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19]

경찰과 군대 등 소관 주체는 관계가 없되, 모든 구금은 명백하게 ‘구금 장소’로 인식 가능하고 그로 인정되는 공식적인 공간에 한하여 이뤄질 수 있다.[20] 전쟁, 비상사태 등 어떠한 국가의 이익과 관련한 사항도 비밀 기관 또는 언급된 공식적인 구금 장소에 부합하지 않는 장소를 정당화하거나 합법화할 수 없다.[21] 이주민 구금은 그러한 특수한 목적 하에 설립된 장소에서 이뤄져야 하며, 이에 부합하는 장소가 없는 경우에도 형사법에 따라 수감된 자들과 같은 공간에 구금되어서는 안 된다.[22] 비정규 상황에 있는 이주민은 어떠한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으며 비정규 이민의 범죄화는 자국 영토의 보호와 비정규 이민의 규제와 관련한 국가의 정당한 이익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다.[23]

원칙 6. 구금과 관련된 정확한 정보는 가족 구성원 등에게 신속히 전달되어야 한다.[24]

구금과 관련된 정보에는 특히 구금된 장소, 이송된 경우 이송에 관한 정보 등이 포함되며, 그러한 정보는 가족구성원뿐 아니라 구금된 자의 변호인을 비롯하여 정당한 이해를 가진 사람들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이에는 유엔 강제실종 실무그룹, 유엔난민기구(UNHCR), 비정부기구 등도 포함된다.[25] 오직 구금된 당사자가 명백히 그러지 아니할 것을 원할 경우에만 예외가 인정될 수 있다. 따라서 원칙 5를 준수하였다 하더라도 구금 관련 정보가 부족하거나 그에 대한 접근이 제한될 경우, 강제실종선언을 위반하는 것이다.[26]

원칙 7. 공식적이며 최신 정보를 담은 자유박탈자에 관한 등록부(register)가 운영되어야 한다.[27]  

이주민을 구치하는 경우, 이주민의 신원과 구치의 근거, 구치 결정 기관, 구치소 입소 및 퇴소 날짜와 시간에 관한 정보를 포함하고 당사자의 서명이 있는, 번호가 부여되어 있으며 편철된 등록부가 존재해야 한다.[28] 그러나 단순히 등록부가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구치를 포함하여 자유박탈자에 관한 모든 등록부는 기본적으로 구금된 모든 사람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도록 계속적으로 업데이트 되어야 하며, 모든 구금 장소에 비치되어 있어야 한다. 또한 원칙 6에 포함된 사람들과 국내법과 국제법에 따라 그에 대한 접근 권한이 있는 주체들이 등록부에 포함된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13. 모든 형태의 구금 또는 수감 하에 있는 모든 사람의 보호에 관한 원칙(Body of Principles for the Protection of All Persons under Any Form of Detention or Imprisonment) 제4원칙.

14. E/CN.4/2000/4, Annex II (1999).

15. 위의책.

16. A/HRC/13/30, para. 61 (2010).

17. 각주 14번과 동일.

18. 강제실종선언 제10조1항.

19. 각주 16번과 동일, para. 58.

20. E/CN.4/1997/34, para. 24 (1996).

21. 위의책.

22. 각주 14번과 동일.

23. 각주 16번과 동일, paras. 59-60.

24. 강제실종선언 제10조2항.

25. 각주 14번과 동일.

26. 각주 20번과 동일, para. 26.

27. 강제실종선언 제10조3항.

28. 각주 14번과 동일.

(3) 이주민의 추방 또는 송환에 관한 원칙

원칙 8. 모든 국가는 강제실종에 처해질 위험이 있는 사람을 추방, 송환 또는 인도해서는 안 된다.[29] 

국제법은 통상 강제실종뿐 아니라 당사자의 생명 또는 자유가 위협받을 수 있거나 고문에 처해질 수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상황을 통틀어 추방 또는 송환을 금지하고 있다.[30] 이는 인도주의적 차원의 보호로 훼손불가능한(non-derogable) 국가의 의무이다. 그러나 이는 모든 사람에게 망명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거나 국가의 모든 입국 거부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박해의 상당한 위험이 있는 사람을 안전한 제3의 국가로 보내거나 일시적 보호를 제공해야 함을 의미한다.[31] 

원칙 9. 모든 국가는 개별 사례에 대한 개별 평가를 수행해야 한다.

이는 강제송환 금지의 원칙의 전제가 되는 사항이며 대규모 유입이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예외 없이 준수되어야 한다.[32] 또한 결정에 오류가 있을 경우 당사자가 직면할 수 있는 심각한 결과를 고려했을 때, 당연히 적절한 절차적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평가는 능력이 있고 완전한 자격이 있으며 공식적인 공무 수행인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33] 또한 해당국 내 심각하거나 명백한, 또는 대규모 인권침해의 양상이 있는지를 포함하여 모든 관련된 사항에 대한 고려를 토대로 이뤄져야 한다.[34]

원칙 10. 모든 자유박탈자는 인권이 보호되는 조건에서 풀려나야 한다.[35]

자유박탈자가 풀려날 때에는 반드시 그가 실제로 풀려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으로 풀려나야 하며, 추가적으로 풀려났을 때 그의 신체적 완전함(integrity)과 완전한 권리 행사 능력이 보장되는 조건이어야 한다.

29. 강제실종선언 제8조1항.

30.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제33조(1951)와 고문방지협약 제3조(1984).

31. Sir Elihu Lauterpacht CBE QC & Daniel Bethlehem, “The Scope and Content of the Principle of Non-Refoulement (Opinion),”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s (2001).

32. 위의책.

33. UNCHR Executive Committee Conclusion No. 30 (XXXIV) 1983 on the Problem of Manifestly Unfounded or Abusive Applications for Refugee Status or Asylum.

34. 강제실종선언 제8조2항.

35. 강제실종선언 제11조.

4. 결론

한국 정부는 이번 회기 중 강제실종과 관련한 세션에서 발언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회기에서는 워킹그룹의 활동에 대한 의례적인 감사를 표한 뒤, 워킹그룹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에 의해 납북된 자들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구했다. 북한에서도 한국에 대해 사실상 같은 비판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정치화된 국제인권판’의 문제 이면에는 한국 정부 내 ‘국내에서는 더 이상 강제실종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비단 정부의 입장만은 아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다수의 사회구성원들에게 있어 국가 권력이 개입하여 개인이 실종되고 고문 등 심각한 인권침해에 처해지는 일은 할리우드 첩보 영화에나 등장하는 일쯤으로 생각될 것이다.

그러나 강제실종은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가만 생각해보면, 지금 이 시각에도 행방이 묘연한 9명의 세월호 침몰사고 미수습자가 있다. 국가의 직·간접적인 관여, 의사에 반한 개인의 자유 박탈, 그리고 운명 또는 행방 공개 거부라는 세가지 핵심요소를 놓고 보았을 때, 명백히 강제실종이라고 판단하기에는 애매한 지점이 있으나 일부 요소는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

이번 회기의 주제였던 이주의 맥락으로 돌아오면, 구금의 문제가 굉장히 중요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주민을 구금시키고 그러한 구금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을 때에는 그 자체로 강제실종에 해당될 수 있고, 그렇지 않았을 경우에도 구금 기간 중 또는 이후의 조치로 인해 강제실종에 처해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천국제공항에 구금된 28명의 시리아인이 많은 논란이 됐었다. 그들은 2015년 연말에 입국하여 난민 신청을 했으나, ‘난민인정심사를 받을 명백한 이유가 없다’며 심사에 불회부하는 결정을 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8개월 간 인천국제공항 내 송환대기실에서 생활하며 온갖 고생을 해야했다.[36]

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우선 당국은 입국이 거부되고 난민 심사에 불회부하는 결정의 근거에 대해 최소한 구두로라도 당사자들이 알아듣는 언어로 설명했어야 했다. 그러나 “난민 심사를 받을 수 있을지, 왜 심사를 못 받고 갇혀 있게 된 것인지도 모르고, 소송은 잘 종료될지, 과연 언제 끝날지, 고국으로 쫓겨나 공항에서부터 구금되고 고문받지 않을지” 8개월간 초조하고 불안하게 기다려야 했다고 한다.[37]

법무부는 이를 ‘숙식’하였던 것으로 주장하나, 애당초 명백한 입국 규제 또는 금지 사유가 없었음에도 입국을 거부하고 이후 수개월 동안 송환대기실 출입도 자유롭지 못했던 당사자들의 상황은 분명 자의적 구금에 가깝다. 구금과 관련된 원칙들도 지켜진 것이 없다. 구금의 근거와 기한 등 관련 정보를 포함한 통보를 문서로 전달하지도 않았으며, 명백하게 인정되는 구금 장소에서 구금이 이뤄진 것도 아니었고 자유 박탈 외 기본적 인권과 자유가 지켜지지도 않았다. 일례로, 창문과 잠잘 공간이 없고 30명이 수용 정원인 곳에서 150여명이 생활한다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심각한데, 종교적 신념에 맞지 않는 식사가 일관되게 제공되었다.[35]

소송을 통해 이들의 입국은 결국 허용되었으나 난민 지위 인정은 별도의 문제로, 불안정한 지위를 벗어나기까지는 여전히 장벽이 존재한다. 다행히 강제 추방되어 강제실종에 처해지는 상황이 발생되지 않았으나, 이들이 시리아 출신이라는 것과 시민사회에서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거나 소송에서 패소하였을 경우를 고려하면 그러한 위험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다.

때문에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는 이주민의 구금, 추방 및 송환과 관련된 절차와 제도의 개선은 시급한 문제다. 강제실종은 그 성격상 발생 사실조차 알기 어렵기 때문에 어느 순간에도 ‘없다’거나 ‘없을 것이다’라고 단정지을 수 없고, 늘 경각심을 가지고 있어야 할 사안이다. 핵심 국제인권조약 중 하나인 강제실종방지협약의 비준은 지속적으로 강제실종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고 국제적 전문가들로부터 상황을 점검받아 더욱 예방 및 대응 체계를 견고히 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36. 난민지원네트워크 성명서, “한국에 보호를 요청한 시리아 난민들의 잃어버린 8개월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2016. 7. 4.).

37. http://news.joins.com/article/19934292

집필 | 김기원 (유엔인권정책센터 활동가)

출처 | 33차 유엔인권이사회 모니터링 보고서(2016.11) 

자료제공 | 유엔인권정책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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