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문화] 한국에서 라마단 지내기, 관용과 나눔의 성월을 지키는 무슬림들을 만나다

한국에서 라마단 지내기
관용과 나눔의 성월을 지키는 무슬림들을 만나다 
 
▲ 라마단 기간에 찾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슬람 서울성원 ⓒ정수창
 
올해 라마단은 7월 5일을 끝으로 연휴로 접어들었다. 라마단이 끝났다는 소식과 함께 전해진 것은 라마단 기간 동안 사흘이 멀다 하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IS(Islamic State) 테러 소식이었다. 하지만 본래 라마단은 이러한 폭력적인 특성과는 거리가 멀다. 라마단을 보내는 무슬림(이슬람 신도)들을 보면 신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이웃을 살피고 나누는 관용과 화해의 자세로 절기를 보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라마단은 관용과 화해의 기간
 
라마단은 예언자 무함마드가 신으로부터 코란의 첫 번째 경전을 받은 날이 포함된 이슬람력 9월의 이름이다. 한 달 동안 이슬람 신도들은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완전한 금식을 한다. 음식은 물론이고 물 역시 마시지 않는다. 이러한 철저한 금식은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몸을 깨끗이 하고, 평소보다 더 깊은 종교적 성찰을 하게 하는 것, 또한 금욕적인 삶을 통해 가난한 자들의 고통을 체험한다는 목적이 있다. 성스러운 이 기간 동안 사람들은 선한 행실을 통해 이슬람의 가르침을 따르며, 가족이나 이웃들과 모여 해가 진 후의 식사도 하고 선물을 하면서 정을 나누는 풍습이 있다. 이슬람 국가에서 라마단이 끝나면 이를 기념하는 ‘이드 알피트르(Eid-al-Fitr)’라는 명절 연휴를 보내게 된다.
 
그렇다면 한국에 와있는 무슬림들은 어떻게 라마단을 보내고 있을까? 고국에서는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성대하고 중요하게 보내는 명절이지만, 한국에서는 조용하게 각자의 집에서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가끔씩 각 지역에 있는 이슬람 성원(聖院)을 찾아 기도하고 다른 신도들과 함께 이프타르(Iftar: 해가 지고 난 후 먹는 간단한 음식)를 나누어 먹기도 한다. 가능하면 무슬림 친구들을 방문하여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해외에서 고국의 명절에 함께 모여 명절 음식을 먹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한국에서 라마단 지내기 힘들지 않을까
 
라마단 풍습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에서 금식하는 것이 힘들지는 않을까.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겠으나 가끔씩 의아해하는 경우를 빼면 그렇게 어려울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튀니지계 프랑스인으로 한국에서 불어를 가르치고 있는 마이셈 씨는 오히려 그를 배려해주는 학원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라마단 기간 중 회식이 잡힌 적이 있는데, 갈 수 없다는 마이셈 씨를 위해 대표님이 “라마단 끝나고 가자”며 호의를 베풀어주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한국에 온 무슬림 이주민들은 오랫동안 라마단을 지켜온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금식 그 자체가 어렵거나 힘들다고 느끼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많은 한국 사람들에게 라마단은 그 의미보다 ‘금식’ 자체에 맞춰진 경우가 많아서, 물조차도 마시지 않는 이들을 안타깝게 여기거나 이상하게 여기는 경우도 있다. 학교에서 다문화 강사로 일하는 한 우즈베키스탄 여성은 간식을 못 먹어도 마실 것은 괜찮겠거니 하고 준비하는 학교들이 많아 민망할 때가 있다고 했다.
금식한다니 음료 권하는 사람들이 많아
 
비록 함께 라마단을 보낼 가족과 이웃이 옆에 없다고 해도 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라마단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다. 라마단 기간에 하는 기도나 선행은 신 앞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집중해서 경건 생활을 하는 편이다. 이 기간에는 금욕적인 삶을 살 뿐 아니라 몸이 아픈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가서 베풀기도 한다. 그렇게 호의를 입은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이 이들을 위해 기도하면 신이 더 잘 들어줄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라마단 달에는 서로 먼저 베풀려고 해요. 돈이나 선물을 줄 수 없으면 그냥 환히 웃어주는 것도 선물이에요. 할 수 있는 만큼 실천하는 것이죠.” 라마단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 아이들을 데리고 이슬람 성원을 찾은 무슬림 여성의 말은 단순히 금식 이상의 라마단의 의미를 잘 설명해준다.
 
라마단 달에는 환히 웃어주는 것도 선물이에요
 
라마단의 한 저녁,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슬람 서울성원에 신도들이 모였다. 나라와 민족, 성별과 종파를 모두 아우르는 이들은 저녁기도를 드린 후 함께 모여 이프타르를 먹고 만찬을 나누었다. 한국에 있는 이슬람권 국가들의 대사관들에서 돌아가며 식사를 준비하는 데, 그날은 아랍에미리트 대사관이 ‘한턱 낼 차례’였다. 서로를 마주 보는 눈길엔 따스한 웃음이 담겨 있었고, 처음 본 사이라도 안부를 묻고 음식을 권하는 모습이 영락없이 큰 잔치에 초청된 ‘이웃사촌’의 모습이었다. 
 

▲ 기도실 옆에 이프타르와 만찬을 나눌 공간이 준비중이다. 이 날의 이프타르는 아랍 에미리트 대사관에서 준비했다.
 ⓒ정수창
만약 내년 이맘때쯤 주변에서 라마단을 보내는 무슬림 친구를 만나게 된다면, ‘라마단 무바락(좋은 라마단 보내세요)’이라고 인사한 다음, 함께 저녁에 이프타르를 먹으며 서로의 평화와 안녕을 빌어주는 것은 어떨까. 평소에 실천하지 못했던 것들을 일 년 중 한 달이라도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절기 라마단. 가까이에서 본 이슬람은 우리가 생각하는 폭력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라마단 정신을 설명하며 대뜸 “우리는 테러리스트 아니에요”라며 씁쓸히 웃는 무슬림 여성에게서 무슬림에게 가해지는 일반적 오해와 차별이 가늠된다. 
 
국내 무슬림 14만 시대. 나눔과 배려, 존중과 관용을 실천하는 라마단 정신이 공동체 회복으로 나아가는 소중한 문화로 인식될 수 있길 희망한다.

이다솜 | MWTV 기자단 5기 dasomlee2540@gmail.com

이주를 만들어내는 조건 및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사람들의 경험을 해석하고 전달하는 데에 관심이 많다. 안산의 한 이주민센터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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