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K-추방인가?] ‘난민법 개정안’ 옷 입고 돌아온 난민 혐오

[이제는 K-추방인가?] 법무부 2020년 난민법 개정안 연속 분석 ① 배경

코로나19로 인해 무거운 공기 속 지났던 2020년 12월 28일, 검찰 개혁 이슈를 둘러싼 격론의 중심지였던 법무부는 한 개정법률안을 입법 예고했다. 대부분의 시민들의 관심사에서는 멀었기에 눈에 띄지 않았던 법률개정안, 바로 난민법 개정안이었다.

▲ 법무부 보도자료 – 난민법 일부 개정법률안 입법예고 ⓒ 공익법센터 어필

한국의 난민정책은 그간 ‘난민거부정책’으로 작동해왔다. 가급적 난민이 못오게 막고, 가급적 보수적인 관점으로 심사해 한국에 온 난민들은 난민이 아니라고 평가하여 내보내는 것이었다. 이번 개정안은 이 정책을 법률로서 제도화하는 법안이나 다름 없다. 반발을 우려해, 보도자료에는 ‘공정성과 효율성’ 두 가지를 동시에 잡기 위한 법률안처럼 설명했다. 또한 수천 명에 달하는 소위 ‘허위난민면접조서 조작사건’ 같은 부실 심사에 대한 종전의 비판을 차단하기 위해 ‘통번역 강화’ 등, 난민의 권리를 위한 것 같이 보이는 일부 조항도 포함시켰다.

그러나 개정안의 숨겨진 핵심은 명확하다. 첫 번째, ‘명백히 이유 없는 난민신청’에 관한 결정이다. 두 번째는 ‘부적격결정’, 세 번째는 ‘부칙’이다. 법안이 소위 해외의 부정적 선례인 ‘신속절차’, ‘적격성심사’의 도입이 중심을 이루는 것에서 알 수 있다.

법률조력이 없으면 현재의 제도에서 결코 난민으로 확인될 수 없는 제도가 운용되고 있음에도 난민신청을 다시 하면 부적격이니 서류로만 간략히 심사후 출국을 명하겠다는 것이다. 부칙을 통해 사실상의 소급입법과 같은 조치로 현재 심사중인 난민들은 모두 다 위 제도의 적용을 받게 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로 인해 얼마나 난민들이 부당히 추방에 놓이게 될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이와 같은 정책은 국제사회에 순식간에 알려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K-팝”도, “K-방역”도 아닌, 법무부는 이제 “K-추방”을 브랜드화 하려는 것인가.

2011년 제정된 난민법은 어떤 의미를 가지나

‘1951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은 난민이 누구이고, 어떤 권리를 갖는지를 규정하고 있다. 크게 보면 ‘난민을 박해 받을 국가로는 강제로 송환하지 않겠다’라는 당연한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난민협약 가입은 국제사회의 정당한 일원으로 권한과 책임을 행사하겠다는 한 국가의 선언이기도 하다.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군부독재의 그늘에서 벗어남을 국제사회에 선언코자 했던 대한민국 정부는 1990년에 국제인권규약(소위 자유권규약, 사회권규약)에 가입하고, 1991년에 유엔에 가입하였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 해인 1992년 난민협약에 가입하는 것을 통해 국제사회로 걸어나왔다.

이처럼 한국의 난민제도의 도입은 난민을 보호하겠다는 의사 때문이 아니라, 국제사회에 한국을 입장시키기 위한 용도로 시작됐다. 첫 단추가 난민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당연히도 실질적으로 잘 작동하지 않고 있던 난민제도는, 일련의 국회의원들이 북한이탈주민 말고 다른 국가에서 온 난민들도 한국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의원 입법의 형태로 법안을 제출하여 전기를 맞이했다.

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주무부처인 법무부와의 줄다리기 속, 결국 2011년 ‘난민법’이 탄생됐다. 실제로 난민제도를 뒤늦게 시작한 한국이, ‘난민법을 제정’해서 난민제도를 본격적인 궤도에 올리려는 시도를 보이자 아시아 지역에서는 한국의 인권 옹호에 관한 커다란 걸음에 많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 난민인권네트워크 2020년 세계 난민의 날 맞이 국회 의정관 기자회견 ⓒ 공익법센터 어필

난민제도는 국내법의 출입국관리의 재량을 국제법의 강제송환금지의무로 재한하는 것이 틀이다. 바꿔 말해 ‘난민을 환영하기 보단 내심 거부하려는 행정당국의 자유’를 인권규범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출입국 정책은 근본적으로 외국인을 활용해야할 자원, 또는 잠재적 범법자로 보고 ‘국민’과 근본적으로 차별하고, ‘유용한’ 외국인과 ‘그렇지 않은’ 외국인을 평가하여 그들간에도 위계를 세운다. 그러나 난민정책은 인권의 보편성에 기초해 난민을 박해받을 곳으로 송환하지 않을 것을 명한다. 그러니 두 정책은 충돌하게 되고 난민정책이 출입국 정책을 제약하는 형태를 띈다.

그래서 난민협약은 추방을 쉽사리 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2011년 난민법은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여 공정성을 조금이라도 제고하여 ‘보여주기식 심사’를 막으려 했다. 심사받는 동안 당연하게 인정되어야할 취업할 권리나 기타 권리를 제한적이나마 인정하여, 한국정부가 난민들을 ‘살기 어렵게 하여 자진해서 떠나게 하기’를 쉽게 하지 못하도록 막으려 했다. 결국 한계가 많지만 난민법은 소중한 법이고, 부당한 공권력에 대항할 유일한 무기다.

그러나 법안이 만들어졌어도 실제로는 이후에 잘 지켜지지 않았다. 절차의 공정을 꾀하려 하였으나 소위 ‘허위난민면접조서 사건’이 터지고, 난민인정률은 급감하고, 난민인정심사의 결재과정이 더 길어지는 등, 증가된 난민신청자의 수에 비해 심사의 질은 올라가지 않았다. 결국 한국정부는 과거 난민협약 가입을 ‘국제사회로 진입하는 용도’로 활용했듯, 의원입법으로 제정한 난민법을 정부의 치적인 것처럼 활용했다. ‘대한민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최초의 독립된 난민협약 이행법률 제정한 국가’라며 국제사회의 인권적 요구를 방어하는 방어막으로 활용해온 것이다.

한국은 ‘민주화운동’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한국 정부가 소수자의 성원권과 인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역사를 가진 것은 아니다. 한국은 가파르게 성장한 위상만큼 인권분야를 위해 국제사회에 돈을 내는 나라도 아니다.

공적개발원조기금(ODA)은 이웃 국가인 일본의 약1/5, 국내총생산기준으로 환산하면 OECD 개발원조위원회 30개 국가 중 2017년 기준으로 27위에 불과하다. ‘극도로 낮은 난민인정률’과 ‘난민정착지원의 부재’로 요약되는 제도를 운영중인 한국 정부가 이를 가리고자 내세우는 설명은 9년째 ‘대한민국은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하여 난민을 보호하고 있다’ 뿐이다.

예멘 난민들의 피난, 보수적 난민법 개정안의 전기 마련해

▲ 연도별 난민신청, 인정, 불인정 추이[2020 난민인권센터 통계자료집 10면]
ⓒ 난민인권센터
난민제도가 궤도에 오르면서 한국의 난민신청자 수는 계속 늘어났다. 시리아 전쟁, 예멘 전쟁 등 국제적인 분쟁의 항구화가 첫째 원인이고, 그 전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유명무실했던 난민제도의 정보가 보다 접근이 용이해졌다는 것이 둘째 원인이다.

그런데 법무부는 난민들이 늘어나는 상황을 달가워 하지 않았고, 대부분이 난민이 아니라고 이해했으며, 극심히 부족한 인력 속 난민심사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피로도와 부정적 시각은 쌓여갔다. 이를 시리아, 예멘 난민들에게 해외의 가족결합이 불가능한 인도적 체류지위만을 보수적으로 준 것, 예멘 난민들에 대한 첫 대책이 추가난민 입국금지였던 것, 인정률 뿐 아니라 총 난민인정자수가 최초로 유의미하게 2018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던 것에서 볼 수 있었다. 애초 난민보호의무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보호할 의지’까지를, 외국인의 관리, 추방, 구금까지 관리하는 법무부에게 기대하는 것은 어려웠다.

난민법이 세운 ‘버팀목’들은 행정관행과 지침으로 무력화되었고, 난민법의 ‘한계’는 여지없이 드러났다. 법률은 만들어졌지만 난민으로 보호받는 사람은 매년 100여 명 정도에 불과했다. 난민인정률은 처참하게 낮아졌다.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만 보고, 급박한 탈출 속 그래도 한국은 인권선진국이겠거니 하고 믿었던 난민들은 한국 정부가 마련한 ‘협소한 인정기준의 바늘구멍’과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방치 속 추방되거나, 어디론가 제3국으로 또다시 밀려갔다.

2018년 공식적인 신청으로 484명의 예멘 국적 난민들이 전쟁과 박해를 피해 제주도로 왔다. 한국에 이미 와있던 난민들의 수에 비하면 극소수였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한국에도 난민이 있어?’라는 첫인상으로 남았던 시점, 난민을 보호할 뿐 아니라 사려 깊은 메세지로 국민들에게 맥락을 설명해야 할 정부는 악수를 뒀다.

최초로 법무부가 한 일은 ‘예멘 난민들의 추가입국가능성 차단’, 그리고 ‘제주도를 나갈 수 없게 한 것’이었다. 자연스러웠던 다수의 국민들의 난민들에 대한 낯섦과 경계의 시선에 ‘맞습니다. 난민들은 위험할 수도 있고, 관리되어야 합니다’라는 메세지를 던져 기름을 부은 것이다. 이후 일각의 난민혐오의 폭발로 예멘 난민을 추방하자는 취지의 국민청원이 70만명을 넘어서게 되었다.

▲ 난민법 폐지 청원에 대한 당시 법무부장관의 답변 영상
ⓒ 공익법센터 어필

그러자 당시 법무부장관은 청원에 대한 답변으로 ‘난민 제도가 남용되지 않도록 개정에 착수하겠다. 난민들에 대해 엄정한 심사를 하겠다.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내전이 지속중인 곳에서 온 예멘 난민들은 국제사회에서 보호가 필요한 난민으로 명확히 인정되고 있지 ‘제도를 남용하는 사람’이 아님에도, 엉뚱하게 ‘엄정한 심사를 하겠다’라고 하거나, 아예 제도를 뜯어고쳐 ‘남용되지 않도록 법률을 개정하겠다’라고 하거나 난민들이 ‘국민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낙인을 찍은 것이다.

결국 이 답변은 일각의 난민혐오의 정서와 요구에, 난민제도를 더 후퇴하겠다는 형태로 응답한 것이라고 평가된다. 2년이 지나, 과열되었던 2018년은 어느새 잊혀지고 구석구석에서 난민들이 정착해서 살고 있던 지금. 법무부장관의 당시 발언은 2020년 말 법무부의 이번 개정안으로 드디어 수면위로 올라왔다.

2021년 한국정부는 난민을 추방하는 국가인가

국가보안법, 테러방지법, 차별금지법,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 낙태죄, 장애인등급제와 부양의무자기준 철폐, 성소수자 인권 등 모두 현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기대되었던 오래된 인권과제들이다. 모두가 함께 살아가야할 한국사회의 통합, 차별과 혐오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이주민과 난민의 인권에 관한 문제들도 중요한 개선 과제였다.

그러나 오히려, 대부분의 의제들은 ‘나중에’로 남아있고, 이주민과 난민의 인권에 관한 과제들은 오히려 현 정부 들어서 더 후퇴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활동가들의 우려가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 더 이어 2011년 제정된 이래 한번도 거꾸로 가는 형태로 개정된 적이 없었던 난민법을, 2018년에 일어난 ‘난민 혐오’의 정서를 민감히 고려하며 조응하는 방식으로, 후퇴시키는 법률안이 제출됐다. 인권을 옹호하는 정부가 되겠다고 천명한 현 정부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법률과 제도의 중요한 역할은, 행정당국의 ‘관심법’을 견제하는 것이다. “딱 보니까, 너 유죄”라고 할 때, 억울한 일이 없도록 다툴 절차를 행정적으로, 사법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행정당국이 “딱 보니까 너 난민 아닌 것 같아 추방”이라고 하는 난민법 개정안. 과연, 이와 같이 행정당국의 부당한 ‘관심법’에 제동을 걸지 않는, 후퇴를 지금 한국 정부는 왜 추진하려고 하는 것인지 심히 의문이다.

난민법의 제정성과를 유일한 한국 정부의 치적으로 국제사회에 소개해왔던 9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여타 나라들은 한국의 운용성과를 지켜봐왔다. 한국을 모델로 하여 제도를 운용, 성립하려고 했던 나라들에게 한국정부는 무엇을 말하려는가. 난민법을 대폭 후퇴시키는 개정안을 이대로 통과시킨다면, 결국 한국 정부는 이제 국제사회에 “K-추방”을 공언한 것이다.

글| 이일 | 공익법센터 어필 (apil)

‘난민법 개정안’ 옷 입고 돌아온 난민 혐오 – 오마이뉴스 (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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