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옥상 위에 버마》를 보고

옥상 위에 버마》를 보고

편수연 |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재학

배경음악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배경음악이 꽤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옥상 위에 버마>에는 배경음악이 없었다. 자연음이 그대로 담겨있었고, 인물의 말소리, 숨소리까지도 생생하게 들렸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이 나의 바로 옆에 함께 있는 듯했다. 어쩌면 배경음악을 넣지 않은 것이 이들의 모습을 더욱 현장감 있게 보여주고 이들의 이야기를 꾸밈없이 담담하게 들려주는 것 같았다.
구도
클로즈업[1]은 주로 감독이 이야기하고자하는 것을 강조할 때 쓰는 것이 특징이다. <옥상 위에 버마>에서는 주로 인물들의 얼굴과 표정을, 그리고 계절이나 시간을 나타내는 상징물들을 주로 클로즈업했다.
대화가 오가지 않아도 클로즈업된 주인공들의 눈이나 표정은 이들의 감정을 충분히 말하고 있었다. 감독은 ‘어떻게 하면 더 장면을 멋있게 찍을까’가 아니라 ‘그들이 말을 하지 않아도 어떻게 하면 그들이 느끼고 있는 감정선을 잘 끌어올릴 수 있을까’를 신중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그래서 주인공들의 눈과 표정에 카메라를 밀착했다. 그들은 눈빛 하나로도 외로움, 기쁨, 분노 등을 생생히 표현했고 감독은 꾸밈없이 담았다.
또 가을엔 단풍, 겨울에는 눈, 낮에는 해, 밤에는 달을 클로즈업해서 시간의 흐름을 표현했다. 그리고 이들이 그 시간, 그 계절에 느끼는 여러 감정들과 그들의 삶을 잘 보여주었다.
[1] 피사체에 가까이 접근해 찍은 장면. 클로즈업은 일반적으로 무엇을 ‘강조’하므로 관객을 장면 속으로 끌어들여 극적인 효과를 더하고 사건의 시각적 명쾌함을 증진시킨다.
장면 하나
쏘와 조가 싸우는 장면이 인상에 남는다. 쏘는 화목하게 모여 잘 놀다가도 술을 마시면 성격이 다혈질로 변한다. 그래서 예상치 못한 순간에 둘이 싸우는데 두 감독도 어찌할 줄 모르는 당황스러움이 카메라에 그대로 담겼다. 감독도 그 순간에 이걸 찍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나는 이 장면을 보고 아 다큐멘터리[2]구나 했다. 다큐멘터리는 일상적인 부분을 자연스럽게 살려서 그 대상의 모습을 담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인물들은 촬영하고 있다고 해서 그들의 분노를 숨기거나 감정을 절제하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했다.
무섭다, 성격이 거칠 것 같다, 게으를 것 같다, 가난할 것 같다… 등등 내 안에 있었던 이주민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이 쏘와 조의 감정을 따라가면서 급격히 변함을 느꼈다. 이들도 우리와 별반 다를 것이 없구나, 분노도 하고 외로움도 느끼면서 감정에 대해 솔직하고 그러면서 성실하게 잘 살아가는구나, 우리처럼 고민을 많이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다큐멘터리 같았으며 꾸밈없이 이들의 일상을 솔직하게 담아낸 장면이었다.
[2] 허구가 아닌 현실을 직접적으로 다루면서 현실의 허구적인 해석 대신 현실 그대로를 전달하는 영화
장면 둘
쏘와 조, 그리고 두 감독이 둘러 앉아 술을 마시며 노는 장면. 나는 감독이 그 자리에서 같이 쏘와 조를 형이라고 부르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찍어낸 것이 참 좋았다. 가족 이야기, 일 이야기 등을 나누며 인생의 고단함을 친한 친구와 술 한잔, 노래 한 가락으로 풀어내고 다시 힘을 얻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다큐멘터리를 자연스럽게 찍기 위해서는 감독이 최대한 그 분위기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큐멘터리의 대상과 그걸 촬영하는 감독과의 친밀도가 자연스러운 다큐멘터리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다고 본다. 감독의 그런 노력으로 최대한 자연스러운 다큐멘터리가 탄생한 것이다.
영상미
<옥상 위에 버마>를 보면서 신기했던 점은 보통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보면 최대한 장면 하나하나를 자연스러우면서도 멋있게 담아내기 위해 카메라를 고정시키놓고 흔들리지 않게 촬영하는 경우가 많다. 최대한 안정적인 영상이 나올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런데 <옥상 위에 버마>는 직설적으로 말하면 핸드폰 카메라로 찍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영상이 많이 흔들린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감독의 시선으로 실제보다 그들을 더 아름답고 멋있게 담아내려는 게 아니라 그들의 시선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너무 멋스럽게만 찍어서 영상미를 살리려고 하는 대부분의 다큐멘터리 영화보다는 훨씬 좋았고 신선했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쏘와 조가 싸우는 장면에서는 카메라가 특히나 많이 흔들렸는데 그것을 보면서 감독들이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카메라에 당황스러움이 그대로 담겨있는 것처럼 말이다.
마무리
<옥상 위에 버마> 아쉬운 점은 아쉬운 대로 정말 인상 깊게 보았다. 나는 처음에 ‘이주민 영화’니까 아무래도 이주민에 대한 차별, 한국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이주민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던 게 조금은 반전이랄까. 그냥 정말 평범하게 이주민이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냈다. 현실을 담아낸 것 같은데 현실이 아닌 거 같이 느껴졌다고 해야 하나. 좀더 현실적인 모습도 담았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이주민들을 차별하는 사례도 많은데 예를 들면 일은 다 시켜놓고 임금을 늦게 주는 것은 물론이고 불법체류자라는 협박으로 임금을 안주기도 한다. 또 심한 막말이라던가 차별적인 시선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것이 현실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도 담았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이주민의 일상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담아내어 ‘이주민들의 삶도 우리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이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옥상 위에 버마>의 두 감독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목록으로
메뉴, 검색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