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칼럼] ‘불법체류자’의 공식 표현을 재고해야 할 때 – 이태정

‘불법체류자’의 공식 표현을 재고해야 할 때

2020년 4월 20일에 충청남도 태안 바닷가에서 발견된 보트가 중국에서 출발한 밀입국선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뉴스를 접한 ‘국민’들은 밀입국자들이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 의 발원지인 중국 출신이라는 사실에 분노했고, 언론은 ‘국경’이 뚫린 줄도 몰랐던 국경수비대(해경)의 안이한 대처에 분노했다. 정부는 태안해양경찰서장을 직위해제하는 등 관련 책임자에 대한 인사조치를 단행했다. 그리고 8월 5일, “밀입국 21명 전원을 구속”했으며, “5일부터 체류 외국인에 대해 동향조사권을 확보한 만큼 밀입국 첩보 수집 활동도 강화해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해경의 발표를 끝으로 ‘태안 밀입국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밀입국은 그 행위 자체에만 주목해보면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허가 받지 않은 입국과 국민국가의 국경통제 원칙 간의 갈등은 20세기 이후 글로벌 이주 시대의 보편적인 현상 중 하나이다.하지만 이 ‘태안 밀입국 사건’은 전세계가 국경을 봉쇄하고 이동 수단을 차단한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주의 시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우선 태안 밀입국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은 국경이 뚫렸다는 사실에만 집중한다. 특히 코로나19라는 엄중한 위기 상황 속에서 국경을 지키지 못했다는 분노의 표출이다. 하지만 밀입국자 당사자 입장에서 보면 중국 대륙과 한반도를 잇는 가장 짧은 바닷길이라 해도 350Km가 넘는 거리를 부실한 소형 보트에 몸을 싣고 건너는 것은 목숨을 담보로 한 행위이며, 밀입국에 성공한다고 해도 원하는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보장은 없다. 이번과 같이 목적을 달성하기도 전에 강제 퇴거(추방) 등의 법적 처분을 받으면 밀입국 과정에서 들인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왜 국경을 넘을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려고 하지 않는다. 한국사회가 이들을 왜, 어떻게 유인했는지와 관련한 정확한 사실 설명은 생략된다. 밀입국자들은 ‘불법 취업’이라는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밀입국자들의 추방으로 이 사건은 마무리되었지만, 한국 외 출신자 및 이주노동자에 대한 혐오와 낙인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는 글로벌 이주를 둘러싼 국내・외 환경을 큰 폭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 한편으로는 사회 전 영역에서 국경으로 충만한(borderful) 시대가 되었다. 국경봉쇄의 권한과 CIQ(관세, 출입국관리, 검역)의 기능은 국가기구를 중심으로 강화되었으며, 망명과 이민신청, 정착의 제 과정들이 보류되거나 중단되었다. 체류자격과 기간이 유연한 기준에 따라 적용되었으며, 이주노동자에 대한 고용 제한이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완화되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주민들이 호스트 사회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확대됨에 따라 새로운 건강 보호 기준의 채택, 인도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장기체류 미등록자, 미등록 아동 등 ‘비존재’들에 대한 건강권과 체류권에 대한 요구도 가시화되고 있다.

조심스럽게 전망하자면, 이러한 상황은 발 묶인 이주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장소 안에 다양한 가치들을 만들어 넣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우선적으로 “불법체류자”에 대한 정의, 용어, 그리고 법률적 대응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이주노동자 대응방안만 보더라도 체류기간 규정, 체류자격(자격 외 취업 등) 등에 관한 적법성 여부는 유동적이며, 담당 공무원의 임의적 판단에 따라 결정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따라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체류기간초과(over stay), 한국의 노동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하는 체류자격위반 및 자격 외 취업, 범법 행위 등을 모두 일관되게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이주노동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체류자격의 문제를 겪는 모든 이주노동자들이 도덕적・규범적으로 옳지 않은 존재라는 왜곡이 사회적으로 차별과 혐오로 확산되는 것을 방기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어떤 형태로 찾아오게 될지, ‘코로나 이후(After Corona)’의 시대를 맞이하게 될 지, 혹은 ‘코로나와 함께(with Corona)’ 생존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 지속될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는 늘 위기와 함께하는 존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주노동자는 자본주의의 경기변동, 전쟁, 전염병 등의 역사적 계기들이 이동성을 촉진하거나 제한할 때마다 가장 먼저,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존재였다. 이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들은 단순한 피해자로서 존재하는 것을 떠나 그들 자신이 존재하는 장소 ‘지금 여기’에서 기존의 장벽과 경계를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국민국가의 구별짓기에 도전해왔다. 이것이 바로 시민권의 역사 그 자체일 것이다. 코로나19 위기와 함께 살아가는 이주노동 자들을 가시화 하는 것, 즉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형태로 삶을 이어가는 이주노동자들을 인정하고 예민하게 바라볼 것이 필요하다.

글 | 이태정(성공회대학교 노동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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