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참사10주기]① 다시 돌아보는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서울)

 

 

 

 

 

 

 

[여수참사 10주기 추모주간 공동행동① 서울출입국관리소 앞]

정부의 야만적인 단속·추방 정책이 낳은 살인

여전히 수많은 참사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주노동자들

그 이면에는 고용허가제 제도의 구조적 모순 있어

‘참사의 원인이었던 단속·추방과 외국인보호소 구금을 중단하고

미등록 이주민들 합법화’ 촉구하는 기자회견 열려

2월 11일까지 전국적 추모행사 이어질 예정

2007년 2월 11일 03시 55분경, 전남 여수시 화장동 법부무 여수출입국관리소 외국인보호소에서 화재(이하 여수참사)가 발생한 지 10년이 지났다. 이중으로 된 쇠창살 안에 갇혀 있던 이주노동자들은 살려달라고 소리쳤지만 외국인보호소 직원들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소방대원들이 뒤늦게 구출에 나섰지만 이미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후였다. 그렇게 10명의 이주노동자가 불에 타거나 가스에 질식해 목숨을 잃었고 17명이 중상을 당했다.  

 

여수참사로 인해 구금시설이나 다름없이 운영되어온 외국인보호소의 실태가 드러났다. 화재 사고 피해자 대부분은, 받아야 할 임금이 밀려있어서 한국을 떠나지 못하는 이들이었다. 월급이 떼여 오도가도 못하는 이들을 ‘외국인보호소’라는 이름 아래 범죄자 취급하며 쇠창살로 된 구금시설에 가둬두고 있었던 것이다. 사고 후 수습과정에서도 부상자들에 대하여 수갑을 채운 채로 병원 치료를 받게 하였으며, 이들을 출국시키는 과정에서도 권리구제 절차에 대해 충분히 안내하지 않고 정신과적 진료도 없이 강제 출국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시설폐쇄와 인권공간으로의 재편 요구에도 불구하고, 여수외국인보호소는 약간의 시설 개선 이후 다시 구금시설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10주기를 추모하는 기자회견이 2월 6일(월)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서울출입국관리소 세종로출장소 앞에서 열렸다. 10년 전 여수참사를 계기로 이주민 문제에 공동대응하기 위해 결성된 ‘이주공동행동’을 비롯해 민주노총, 이주노조,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등 여러 시민단체의 공동주최로 열렸다. 사회자 박진우 이주노조 사무차장은 여수참사의 경과를 되짚어 본 후 “그동안 인권과 기본권이 얼마나 나아졌는지, 다시 한번 문제를 지적하고 기억하기 위해서 한 자리에 모였다.”고 기자회견의 취지를 밝혔다. 

조계종사회노동위 수석부위원장 도철스님과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정영섭 사무국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여수참사는 정부의 야만적인 단속·추방 정책이 낳은 살인”이라고 규탄했다. 당시 정부는 2004년 8월부터 시행된 고용허가제를 정착시키려고 대대적인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추방을 벌였고 이로 인한 사고가 속출했던 것이다. 미등록이주노동자는 인간이기 이전에 오로지 단속·추방의 대상이었다. 참사 당시 ‘비상사태’ 발생 시 유일한 행동지침은 ‘재소자 탈출 방지’뿐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사실상 ‘구금’이나 다름없는 열악한 환경 탓에 참사 발생 전에도 외국인보호소에서 탈출하려고 창문에서 뛰어내렸다가 사망하는 사례들도 있었다. 

노동자연대 이정원 운영위원은 “당시 2004년부터 여수참사가 벌어지기 직전까지 무려 7만 6천 명의 노동자들이 단속되어서 추방당하는 상황”에서 벌어진 사건이라고 했다. 그는 “당시의 단속상황은 인간사냥이라고 부를 정도로 끔찍한 상황이었고 외국인보호소는 감옥보다 열악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당시 정부는 고용허가제 제도 정착을 위해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에 열을 올렸지만, “고용허가제가 생긴지 10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고용허가제로 인해 수많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주노동자를 필요로 해서 받아들이면서도 권리는 주지 않고 차별하고 미등록 처지로 내모는 한국정부”의 모순이 사회적 병폐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인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 이 사회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지, 범죄자거나 불법인 사람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이정원 운영위원은 이러한 한국 정부가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 미등록체류자들에 대해서 과연 어떤 방패막이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을 표했다. “미국에 트럼프가 반이민 정책을 펴겠다고 한다. 미국에 한국인 미등록체류자가 23만명이다. 한국에 그와 비슷한 규모의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이 있다. 트럼프가 한국인 미등록체류자들을 미국에서 한국정부처럼 야만적으로 단속해서 추방한다고 한다면 한국정부도 똑같이 불법이니까 쫓아내라고 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국제적이고 인도적 견지에서의 이해를 촉구했다. 

참사 당시 여수의 장례식장에서 한달 간 유가족들과 함께 했던 다산인권센터 안은정 활동가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주민들의 가족들이 우리 하나 죽는다고 달라지는 것이 있냐며 농성했던 것이 기억난다.”며 운을 뗐다. 안은정 활동가는 “이천 화재참사, 현대중공업 추락사, 직장에서 단속추방(으로 인한 추락사) 등등 수많은 참사의 주인공으로 이주노동자가 등장한다.”며 “한국 사회는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음으로 인해 그들을 비참한 현실에 내동댕이 쳤다.”고 했다. 그는 “이주노동자를 기억하는 건 불쌍한 존재가 아니라 이 사회의 구성원, 시민으로서 그들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민주노총 김종인 부위원장은 이주민 200만 시대에 “이제 더이상 이주민은 타국민이 아니”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우리 사회는 오히려 범죄인 취급을 하고 있고 고용주들은 불법이라는 미명 하에 극심한 권리침해와 폭력, 반인륜적 행위도 서슴치 않고 있다.”고 격분했다. 그는 “여수참사 10주기에 즈음하여 우리는 진정한 적폐 청산과 새로운 나라 건설의 길이 과연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차기 대선 후보들을 향해 “나라다운 나라, 지구촌으로부터 존경받는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그 첫걸음은 이주노동자문제부터 해결하겠다는 약속”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주노조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한국에 일하러 온 이주노동자들이 산업재해를 당하거나 강제노동으로 목숨을 잃고, 보호소에 갇혀서 목숨을 잃고 있”는 상황임을 호소했다. “한국인들이 일할 수 없는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노예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업장을 이탈해) 미등록”이 되는 이면에는 정부 정책으로 인한 구조적 모순이 있음을 지적했다.  

여수 참사 이후에도 단속·추방이 지속돼 2003년 이후 지금까지 30명 이상의 이주노동자가 단속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보호소 내 인권문제도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그런데 정부는 올해 미등록 체류자 단속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문을 통해 추모단은 “정부는 참사의 원인이었던 단속·추방과 외국인보호소 구금을 중단하고 미등록 이주민들을 합법화해야 하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내국인 일자리 잠식과 저임금의 주범으로 몰며 단속 강화를 정당화하려 한다. 그러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이주노동자를 값싼 노동력으로 이용하려는 정부 정책 때문에 더 열악한 조건과 차별을 강요받는 피해자이지 내국인 일자리나 임금을 위협하는 존재도, 범죄자도 아니다. 정부가 자의적으로 정한 체류기간과 체류자격, 사업장 이동의 자유마저 박탈한 고용허가제 등 이주노동자를 통제하는 정책 때문에 일부 이주노동자들이 미등록 체류자가 되는 것이다. 더 쉬운 해고, 더 많은 비정규직, 더 낮은 임금을 위한 노동개악을 밀어붙이는 정부야 말로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임금을 위협하는 주범이다.” 

2월 6일을 시작으로 여수 참사 10주기가 되는 2월 11일까지  대구, 부산, 화성, 여수, 광화문에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정부 정책의 시정을 촉구하는 다양한 추모행사가 전국에서 계속된다. 

취재.사진  |  숲씨 웹진 VOM 편집인 mwtvbae@gmail.com
영상  |  주원호 MWTV PD mwtvVincent@gmail.com

<공동 기자회견문>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 10주기를 추모하며

– 참사원인이었던 단속·추방 정책을 중단하고 

미등록 이주민을 합법화하라!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7년 2월 11일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이하 ‘여수 참사’)가 벌어졌다. 이중으로 된 쇠창살 안에 갇혀 있던 이주노동자들은 살려달라고 소리쳤지만 외국인보호소 직원들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소방대원들이 뒤늦게 구출에 나섰지만 이미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후였다. 그렇게 10명의 이주노동자가 불에 타거나 가스에 질식해 목숨을 잃었고 17명이 중상을 당했다.

이는 결코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 정부의 야만적인 단속·추방 정책이 낳은 살인이었다. 당시 정부는 2004년 8월부터 시행된 고용허가제를 정착시키려고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추방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다치거나 죽는 사례가 속출했다.

이런 정책 아래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됐고, 그들은 인간이기 이전에 오로지 단속·추방의 대상이었다. 당시 ‘비상사태’ 발생 시 유일한 행동지침이 “재소자 탈출 방지”뿐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 심지어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참사 후 병원에 있던 이주노동자들에게까지 도주 우려가 있다며 수갑을 채우는 만행을 저질렀다. 신축한지 2년밖에 되지 않은 시설이었지만 스프링클러와 같은 기본적인 안전장치조차 없었다.

외국인’보호소’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인간 이하 취급을 받았다. 24시간 햇볕도 들지 않고 악취가 진동하는 좁은 보호실에 수용 인원보다 많은 인원을 가둬놓고 CCTV로 감시하는 곳이 외국인보호소였다. 직원들의 폭언과 폭행은 다반사였다. 이 때문에 참사 발생 전에도 외국인보호소에서 탈출하려고 창문에서 뛰어내렸다가 사망하는 사례들이 있었다. 한마디로 여수 참사는 예고된 참사나 다름 없었다.

이에 분노해 전국적으로 80여 개 단체들이 공대위를 구성하여 투쟁에 나섰고, 서울역에서 1천여 명이 참가하는 항의 집회를 열었다. 그 결과 희생자들에 대한 국가배상과 출입국관리국장 사임 등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참사의 원인이었던 정부의 야만적인 이주노동자 정책들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지속되며 이주노동자들에게 커다란 고통을 주고 있다. 우리가 여수 참사를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자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여수 참사 이후에도 단속·추방이 지속돼 2003년 이후 지금까지 30명 이상의 이주노동자가 단속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수도권∙영남권 광역단속을 벌여 마석에서는 14개월 된 아이의 엄마까지 단속하고, 경주에서는 단속 도중 이주노동자 다리가 부러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외국인보호소 내 인권문제도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지난해만 해도 청주와 화성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돼 있던 이주노동자가 자살을 시도하는 일이 벌어졌고, 구금된 이주 여성에게 생리대를 지급하지 않아 수건으로 대신하는 일도 있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015년 발간한 <외국인보호소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외국인 보호시설 내 보호외국인들의 처우는 여러 측면에서 … 수형자의 처우보다 열악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부는 올해 미등록 체류자 단속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광역단속팀을 2개에서 4개로 늘리고 정부 합동단속을 상·하반기 10주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단속 과정에서, 그리고 외국인보호소에서 또 얼마나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다치고 목숨을 잃어야 이런 정책들을 중단할 것인가!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내국인 일자리 잠식과 저임금의 주범으로 몰며 단속 강화를 정당화하려 한다. 그러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이주노동자를 값싼 노동력으로 이용하려는 정부 정책 때문에 더 열악한 조건과 차별을 강요받는 피해자이지 내국인 일자리나 임금을 위협하는 존재도, 범죄자도 아니다. 정부가 자의적으로 정한 체류기간과 체류자격, 사업장 이동의 자유마저 박탈한 고용허가제 등 이주노동자를 통제하는 정책 때문에 일부 이주노동자들이 미등록 체류자가 되는 것이다. 더 쉬운 해고, 더 많은 비정규직, 더 낮은 임금을 위한 노동개악을 밀어붙이는 정부야 말로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임금을 위협하는 주범이다.

우리는 오늘을 시작으로 여수 참사 10주기가 되는 2월 11일까지 희생자를 추모하고 야만적인 정부 정책들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행동들을 벌여나갈 것이다. 정부는 참사의 원인이었던 단속·추방과 외국인보호소 구금을 중단하고 미등록 이주민들을 합법화해야 한다.

2017년 2월 6일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10주기 추모주간 공동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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