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외국인보호소화재참사 11주기를 맞이하며,

여수외국인보호소화재참사 11주기를 맞이하며,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로 희생되신 열 분의 명복을 빕니다.

열 분의 희생자들 모두 사연이 억울하지만 우즈베키스탄 출신 이주노동자 고 에르킨 씨 같은 경우 400여만원의 임금체불을 받지 못해 꼬박 1년을 여수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상태로 지내다 변을 당한 바 있습니다. 그가 이렇게 오랫동안 보호소에서 있어야 했던 것은 바로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은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사람을 즉시 대한민국 밖으로 송환할 수 없으면 송환할 때까지 그를 보호시설에서 보호할 수 있다.”는 조항 때문입니다.

 

지난해 10월 서울고등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배기열)는 이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바 있습니다. 너무나 상식적이고법률원칙에 입각한 판단이라 다소 길지만 인용해보겠습니다.

 

재판부가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사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출입국관리법 63조가 헌법에서 정한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헌법 제12조 제1항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않으면 처벌·보안처분·강제노역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출입국관리법상 외국인 보호는 그의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임에도 “출입국관리 공무원이 아닌 객관적·중립적 지위에 있는 사람이 인신구속의 타당성을 심사할 수 있는 장치” 즉,  “제3의 독립된 기관이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둘째, “행정상 인신구속이 이뤄지면 고지·청문의 기회가 보장돼야 하는데 이런 절차가 특별히 규정되지 않았다”며 “보호의 개시나 연장단계에서 중립적인 기관에 의한 통제절차가 없고, 행정상 인신구속을 할 때도 청문의 기회가 없어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에 위반된다”고 밝혔습니다.

셋째, 헌법에서 정한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했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보호기간의 상한이 없고 인신구속이 필요한지 여부를 관할 행정청의 재량 판단에 전적으로 맡기고 있어 위헌성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특히 “이 법조항은 보호기간의 상한을 설정하지 않아 피보호자로 하여금 자신이 언제 풀려날지 예측할 수 없게 해 심각한 정신적 압박감을 가져온다”며 “행정상 편의라는 공익에 비해 외국인의 신체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 발생해 법익의 균형성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노회찬 의원실이 법무부에 요청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출입국관리법 제63조 2항에 따라 보호기간이 3개월이 넘는 보호외국인에 대해서는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는데, 그 건수가 최근 5년간 2012년 212건에서 2015년 328건, 2016년 8월까지 271건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3개월을 넘겨 보호가 장기화되고 있는 보호외국인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면, 법무부장관이 승인하지 않아 보호가 해제된 사례는 2012년에 단 1건이 있었을 뿐입니다. 마찬가지로 강제퇴거명령이나 보호명령에 대한 이의신청에 대해서도 법무부장관이 결정하도록 되어 있고 인용 건수는 단 한건도 없습니다.

 

지난 2016년에도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에 대한 위헌심판이 있었습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청구인이 이미 보호해제되었다는 것을 이유로 심판의 이익이 없다고 각하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9명의 재판관 중 4명이 위헌의견을 밝혀 내용상으로는 위헌결정에 다를 바 없었습니다.

올해 헌법재판소는 다시 이 조항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아시아의친구들이 지난 2016년부터 화성외국인보호소를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만난 6개월 이상 장기구금된 보호외국인들은 30명에 이릅니다. 저희와 만나지 않은 사람들 그리고 청주나 여수에 있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훨씬 많은 사람들이 비슷하게 장기간 구금되어 있었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이 사람들은 본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한국사회로 나올 수도 없는 상태에서 기약없이 난민신청결과나 임금체불해결 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보호기간에 제한이 생기면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보호기간의 제한이 생기면 난민심사과정이나 임금체불 등 권리구제에 한국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합니다. 보호기간의 제한이 없음으로 인해 지금까지 법무부는 난민심사제도의 개선이나 보호외국인의 신속한 권리구제에 대한 노력에 뒷전이었습니다. 제도의 헛점을 악용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한국정부와 법무부 입니다.

 

마지막으로 국회에 호소합니다. 그 동안 국회는 출입국법의 독소조항에 대하여 몇 건의 의원발의에 그쳤을 뿐 국회차원의 실태조사나 대안마련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국회는 그동안의 직무유기를 반성하고 당장 행동해야합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기다리기 전에 국회가 자신의 소임을 다해줄 것을 다시한번 촉구합니다.

얼마전 1680일 동안 보호소에 구금되어 있다가 보호일시해제로 나왔던 나이지리아 난민신청자 O씨가 보호일시해제 연장을 위해 출입국에 출석했다가 다시 구금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있었던 5년 여의 기간 동안 보호소 밖에서 있었던 기간은 8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징역 5년이면 살인죄의 법정최저형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청년이 저지른 과오가 이렇게 큰 댓가를 치러야할 정도로 큰 것인가요? 우리 사회가 법의 이름으로 한 청년에게 하고 있는 이 무시무시한 일들이 과연 정의로운 일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2018년 2월 8일

 

글 | 김대권 (아시아의친구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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