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자회견

2016년 3월 21일 세계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맞아 이주단체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였다.

기자회견 전문은 다음과 같다.

3월 21일은 UN이 정한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이다. 1960년 3월 21일 남아공 샤프빌에서 인종분리 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하며 시위를 하다 경찰 발포로 69명의 시민이 희생된 것을 기려 1966년 UN총회에서 선포되었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났지만 오늘날 세계적으로 인종주의 문제는 여전하다. 특히 한국사회는 갈수록 인종주의가 심각해지고 있고 한국정부는 법제도를 통해 이를 계속 부추기고 있다.

한국에서 저임금 노동력이 부족하여 이주노동자를 초청하여 들여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들은 기본적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고용허가제가 실시된 지 12년이 되었지만 사업장 변경은 제한되어 있고 사실상의 강제노동 제도로 전락했다. 저임금과 높은 노동강도, 장시간 노동을 자본이 시키는 대로 하는 유순하고 값싼 노동력으로만 여기며 이주노동자를 ‘일회용’ 노동자로 쓰다 버리는 것이다. 여기에다 정부는 퇴직금마저 출국 후에 받는 것으로 법을 바꿔서 퇴직금을 제대로 받는 것마저 어렵게 만들었다. 또한 소위 ‘성실근로자’로 재입국하려면 4년 10개월 동안 아예 회사를 바꾸면 안된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그냥 견디라는 것이다. 농촌 노동자들은 특히나 인권유린이 심하다. 비닐하우스 같은 비주거시설에 거주하는 열악한 실태, 그러고도 수십 만 원에 이르는 기숙사비용, 초과근로를 해도 수당을 받지 못하는 것, 사업주의 폭언과 인격무시 등이 오랫동안 광범위하게 지적되었지만 노동부는 근로계약서를 약간 수정한 것에 그쳤을 뿐이다. 이러한 농촌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침해 상황을 개선하지도 않으면서 정부는 ‘단기 계절근로자 제도’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농촌 일손부족을 해결하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이는 1~3개월 동안 노동자들을 손쉽게 사용하고 돌려보내려는 제도이며 기존 고용허가제의 개선은 외면하는 제도이다. 이주노동자 권리 개선을 위해 필요한 이주노조에 대해서는 설립 후 10년이나 지나서야 대법원판결로 합법화가 되었다. 이주노동자를 가장 밑바닥 노동자로 고정시키고 차별을 제도화하여 억압해온 정부 정책은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정부는 이주여성들에게 엄격한 귀화심사를 도입하여 안정적 체류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기존 한국사회의 가부장적 가정폭력이나 여성의 복종을 강요하는 구조를 개선하지 않고 이주여성들의 희생과 동화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이주여성들은 남편의 동의가 있어야 체류 연장이든 영주권이든 획득할 수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구조적 종속성을 없애지 않고는 이주여성이 폭력과 차별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살아가기 어렵다. UN인종차별특별보고관도 작년에 한국보고서에서 “대한민국 국적 남성과 결혼한 이주민 여성에게 체류의 안정성을 포함한 동등한 권리 부여를 권고”하였다.
난민에 대해서도 정부는 난민법 제정으로 선진적인 난민정책을 갖고 있다고 자찬하지만 실제로 난민들은 지금도 공항에서 난민신청도 못하고 강제송환되는 경우들이 있고, 난민 신청자 수에 비해 인정되는 비율은 여전히 지극히 낮은 수준이다. 난민신청자들의 노동활동에 제약이 많고 지원도 거의 없어서 생존권 자체가 매우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해서 정부는 잠재적 범죄자로 보면서 단속 추방 정책만 고수하고 있다. 사업장 변경 제한, 사업주의 이탈신고, 짧은 체류기간 등 제도상의 문제로 인해 미등록 노동자가 만들어지는데 그 원인에 대한 개선은 없이 무조건 강제 추방만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한 스리랑카 노동자가 미등록노동자가 아닌데도 오래 지난 과거의 사건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구금하고 추방하려 하고 있는 사례도 발생했다. 또한 작년에 정부는 출입국관리법 개악을 추진하면서 영장없이 사업장이나 주거지에 출입국 단속반들이 맘대로 들어갈 수 있는 내용으로 법을 바꾸려 했다. 이주 인권운동 단체들의 반대로 인해 막판에 해당 조항이 빠지기는 했지만, 미등록 노동자에 대한 반인권적 단속추방 정책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무슬림 이주민에 대한 억압도 강화되고 있다. 작년 파리 테러사건 이후 정부는 이주민 밀집지역 집중 감시 조치를 실시하는 등 전형적인 인종차별적 정책을 폈다. 그리고 중동 테러단체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무슬림 이주민 네 명을 체포하여 한 명을 기소하고 나머지 세 명은 혐의점 불분명에도 불구하고 미등록 신분이라는 이유로 강제추방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주류 언론은 IS와 연계 운운 하면서 공포분위기를 한껏 조장했고 그 피해는 평범한 무슬림 이주민들이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었다.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해고되는 사례도 생겨나기까지 했다. 그리고 정부는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테러방지법을 통과시켜 이제 내외국인 공히 인권을 침해당하게 되었다.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잠재적 범죄자 혹은 테러리스트로 낙인찍어 위험인물로 몰아가는 것은 인종주의적 억압이다.
개악된 출입국관리법도 인권침해 소지를 넓혔다. 출입국관리법 위반 관련 처벌을 강화하고, 법무부가 이주민의 개인정보를 동의없이 각 부처에서 수집하여 활용하고, 강제퇴거의 사유를 확대하는 등 이주민 인권을 악화시키는 내용들로 법을 바꾸었다.

이주민들의 존재가 이 사회의 위험 요소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날로 확산되는 인종차별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다양성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위험이다. 이주민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고 한국사회는 이주민과의 공존 방향으로 스스로를 변화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정부와 정치권, 언론이 할 일은 인종주의를 조장하는 법과 제도를 도입해서 사회구성원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인권과 노동권을 서로 보장하고 함께 어울려 사는 연대를 실현하는 것이다.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맞아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전 세계 곳곳에서 인종주의에 반대하고 난민을 환영하는 행동이 전개되었다. 우리는 그러한 국제적 흐름에 함께 연대하면서 한국에서 인종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행동해 나갈 것이다. 한국정부는 인종차별적 법과 제도를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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