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성희롱, 성추행, 노동권 침해, 단속 중 집단폭행… 또다시 드러난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침해 규탄한다. 고용허가제 폐지하고 단속추방 중단하라!

성희롱, 성추행, 노동권 침해, 단속 중 집단폭행…
또다시 드러난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침해 규탄한다.

고용허가제 폐지하고 단속추방 중단하라!

 

지난 7월 31일 경남이주민센터와 경남이주민연대회의가 기자회견을 통해 이주노동자와 유학생에 대한 최근의 인권·노동권 침해 사례들을 발표했다. 공개된 사례들은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의 개탄스러운 현주소를 드러냈다.

밀양의 고추·깻잎 영농업체에서 일하던 캄보디아 여성노동자 2명은 고용주로부터 상습적인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 고용주는 자신의 친구들을 불러 모은 회식 자리에서 피해 여성 이주노동자에게 음식 준비와 술 시중을 강요했다. 심지어 손으로 피해자의 엉덩이와 허벅지를 움켜쥐어 그 친구들이 모두 웃었고, 피해자는 큰 수치심을 느껴야 했다. 피해자가 오기 전에 일했던 다른 여성 이주노동자 2명도 고용주의 성희롱과 성추행을 견디다 못해 사업장을 이탈한 상태라고 한다.

노동조건도 열악했다. 폐가나 다름없는 농가가 숙소로 제공됐다. 겨울에는 이불에 들어가서 자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추웠고, 화장실은 커다란 옹기를 땅에 묻어 쓰게 했다. 그리고는 숙소비로 매달 11만 원을 공제하도록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는데, 이마저도 지키지 않고 18만 원을 공제하다가 올해부터는 23만 원으로 올렸다.

남해군 소재 철강업체에서 근무하던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은 고용주의 폭언과 폭행, 부당노동행위에 시달렸다. 고용주는 근로계약서상의 일터나 업종이 아닌 엉뚱한 장소에서 수시로 일을 시키고 사적인 일에 주기적으로 동원했다.

지난 6월에도 근로계약서상의 근무지가 아닌 하수도 청소를 시키자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은 증거를 남기기 위해 휴대폰으로 녹음과 사진, 영상 촬영을 시도했다. 이를 알아차린 고용주는 휴대폰을 빼앗아 증거를 삭제하는 과정에서 방글라데시 노동자의 다리를 수차례 걷어차 넘어뜨리고 욕설과 폭언을 했다. 그 이후 작업시간마다 휴대폰을 빼앗았다고 한다.

임금체불도 벌어졌다.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은 입사 3개월 동안 일요일을 제외하고 하루 11~12시간 일했다. 180만 원 량을 받아야 하지만 첫 2개월 동안 140만 원, 3개월째는 150만 원을 받았다. 임금명세서도 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올해 1월 고용노동청에 진정하려 했지만, 임금명세서를 가져오라고 해서 진정을 하지 못하기도 했다.

이 사례들이 알려져 파문이 일자 고용노동부는 부랴부랴 피해를 본 노동자들의 사업장을 변경해주고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점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것은 당연히 해야 할 조치에 불과하다.

상습적인 성희롱, 성추행에 시달렸던 캄보디아 노동자들은 마음대로 이직을 할 수 없는 현실에서 고용주에게 밉보여 미등록체류자가 될까 봐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앞서 열거한 피해 사례들의 원인이 사업장 이동을 금지하고 이주노동자를 고용주에게 종속시킨 고용허가제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진정으로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사업장 이동을 보장하는 노동허가제를 도입해야 한다.

또한 월급의 20%까지 징수할 수 있게 한 고용노동부의 ‘숙식비 징수 지침’과 농·축산·어업을 근로기준법 적용에서 제외한 근로기준법 63조도 폐지해야 한다.

한편, 단속추방의 야만성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었다. 지난 7월 16일 창원출입국관리사무소는 방학을 맞아 학비를 벌기 위해 함안의 상하수도 매설 업체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우즈베키스탄 유학생을 단속하면서 집단폭행을 저질렀다.

CCTV에 담긴 폭행 당시의 영상은 충격적이다. 나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피해자를 단속반 두 명이 다가가 팔을 붙잡고 일으켜 세우더니, 피해자의 복부를 가격하고 마구잡이 폭행을 시작한다. 곧이어 다가온 승합차에서 내린 단속반 3명이 합세해 총 5명이 폭행에 가담했다.

단속반은 폭행 후 피해자를 차량에 태우고 서류를 보여주면서 불법 근로 신고를 받고 왔다며 서류에 사인을 요구했다. 그러나 서류에는 불법 근로를 했다는 시간과 장소도 쓰여 있지 않았다고 한다. 게다가 피해자의 얼굴에 전기봉을 갖다 대며 사인하라고 위협했다고 한다.

피해자는 이후 5일 동안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구금됐다. 피해자는 자신이 유학생 비자로 합법 체류하고 있는데 왜 폭행당했고 잡혀 왔으며 풀려날 수 없는지 항변했지만 소용없었다고 한다. 피해자는 영문도 모른 채 당한 날벼락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사건 발생 열흘이 넘도록 두통과 불면증에 시달렸고, 뇌진탕 증세 등으로 2주간의 치료와 안정이 필요하다는 소견도 받았다.

법무부는 8월 1일 해명자료에서 피해 유학생이 사전 허가를 받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한 것은 강제퇴거 대상이라고 밝혔다. 폭행에 대해서는 ‘과잉 여부를 조사 후 조치 예정’이라고만 할 뿐 단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았다.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야만적 단속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에 대한 판례가 있다. 단속 과정에서 폭행이나 협박, 증표 제시 의무 등의 위반, 위법한 체포 및 감금 등으로 인해 신체상,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형법 제125조를 근거로 고소 및 고발을 할 수 있다. 공개된 영상만 보아도 증표 제시의 의무를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잔악한 폭행이 있었음이 이토록 자명한데 법무부는 ‘과잉 여부’에 대해 얼마나 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한 것인가? 피해자가 쇠스랑을 짚고 일어섰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물리력을 행사했다는 핑계를 대며 피해자를 탓하는 모습은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나라의 법을 집행하는 행정직원으로서의 품위는 온데간데없고 시정잡배와 다름없이 집단구타를 일삼는 법무부의 출입국관리사무소는 해체하고 품위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또한 비열하게도 피해자가 일한 업종이 “대표적인 저소득 국민 일자리 잠식 분야”인 건설업이라며 야만적인 단속을 정당화했다.

단지 행정적 절차를 어겼다는 이유로 이토록 참혹한 폭행을 가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또한 일자리 부족의 진정한 책임은 조선업 구조조정 등을 밀어붙이고, 근로시간 단축을 제대로 하지 않고, 최저임금을 개악한 정부와 여당에 있다. 이런 정책들이야말로 일자리의 양과 질에 악영향을 끼친다.

단속반이 이주노동자를 집단폭행한 사건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해 6월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수원의 한 건설 현장에서 단속을 벌이면서 중국 출신 이주노동자를 삼단봉으로 가격하는 등 집단폭행한 바 있다. 범죄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폭행행위는 없는데 유독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만 이토록 가혹한 폭행을 일삼는 것은 명백한 인종차별이며 반인권적인 행태이다. 또한 이런 인종주의적 태도를 가지고 있는 한 단속과정에서 이런 폭력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단속추방을 중단하고 미등록이주민을 합법화해야 한다.

제주 예멘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70만 명을 넘겨 사회 일각에 퍼져있는 인종차별에 대한 우려가 크다. 고용허가제와 같이 이주노동자를 무권리 상태로 만들고, 야만적인 단속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주노동자를 일자리 도둑으로 몰아세워 온 정부의 정책이 인종차별을 강화하는 원인이다. 이주민의 권리는 빼앗아도 되고, 심지어 그것이 정당하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난민 수용 반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미등록 이주노동자까지 싸잡아 비난하는 것도 이를 보여준다.

정부는 고용허가제 폐지, 강제 단속추방 중단 등 이주노동자들의 오랜 요구를 수용해 이번 사례들을 통해 또다시 드러난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실태를 해결해야 한다.

 

201883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 (이주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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