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고시 개정은 부분적 땜질일 뿐, 정부는 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고시 개정은 부분적 땜질일 뿐, 정부는 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 고용허가제법의 ‘외국인근로자 책임이 아닌 사유’에 대한 고용노동부 고시 개정에 부쳐

1. 고용노동부가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고용허가제법) 25조 제1항 제2호의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인하여 사회통념상 그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근로를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고 인정하여 고용노동부장관이 고시한 경우’와 관련하여 고용노동부장관 고시를 부분적으로 개정하여 2월 1일부터 시행을 한다.

근로조건 위반의 기준을 구체화하고, 성폭행 피해 시 긴급하게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숙소 기준 미달에 대한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등을 추가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부분적 땜질에 불과하며, 고용허가제 시행 이후 지난 15년 동안 줄기차게 비판받아 온 고용허가제도의 병폐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사실상의 강제노동을 법적으로 강요하면서 사업장 이동의 제한을 열어준 것처럼 고시를 개정한 것만으로 이주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문제제기가 커지고 국내외적 비난에 직면할 때마다 찔끔찔끔 고시를 개정하는 미봉책을 쓸 것이 아니라 이주노동자의 가장 기본적 권리인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도록 고용허가제를 폐지해야 한다.

2. 고용허가제에서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저임금·장시간노동에 열악한 근로조건에 시달리는 상태에 이주노동자를 사업장에 묶어 놓음으로써 사업주의 착취를 보장하고 이주노동자의 협상력을 박탈하는 것이다. 고용허가제도 안에서 사실상 아무런 권리가 없는 이주노동자 입장에서 사업장 내의 부당한 처우나 착취, 비인간적 대우, 감내할 수 없는 근로조건에서 벗어나는 것은 사업장 이동을 하거나 그것도 안 되면 이탈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정부는 사업주의 이해만을 반영하여 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을 금지시켜 놓고 예외적으로만 허용함으로써 이주노동자를 노예처럼 부려먹도록 하고 있다. 그 예외적인 경우에도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이동해야 하는 사유를 입증을 해야 하는데, 사업주에게 종속된 이주노동자가 이를 입증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그래서 사업장 이동을 하지 못해 절망한 이주노동자가 자살하는 비극이 발생하기도 했다.

3. 사업장을 이동할 수 있는 예외적인 사유가 고시에 정해져 있다. 이번에 부분적으로 개정된 내용을 살펴보면 역시 불투명하고 미흡하다. 몇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근로조건 위반의 사유에 있어 임금체불의 경우 ‘월 임금 30퍼센트 이상 금액을 2개월 이상 지급하지 않거나 지연하여 지급한 경우’, ‘월 임금 10퍼센트 이상 금액을 4개월 이상 지급하지 않거나 지연하여 지급한 경우’, ‘최저임금금액에 미달하여 지급한 경우’ 등인데 기준을 구체화하고 재량판단을 삭제한 것처럼 고시했지만, 여전히 그 기준은 모호할 뿐더러 일부 항목에는 그대로 ‘근로관계 근속판단’의 여지를 그대로 남겨두었다. 월 임금 10퍼센트 미만 금액을 계속 지급하지 않는 것은 가능하다는 것인가? 보통 사업주들은 청소, 작업준비시간, 작업 후 마무리 시간, 일부 초과근로 시간 등을 임금산정에서 제외해 버려서 실제보다 임금을 적게 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런 현실을 고려하면, 이렇게 복잡하게 몇 퍼센트 기준을 둘 것이 아니라 임금지급 위반이 발생하는 것 자체를 사업장 이동 사유로 하는 것이 맞지 않는가?
또한 ‘근로시간대를 사업주가 이주노동자의 동의 없이 2시간 이상 앞당기거나 늦출 수 없다’는 조항에 대해서도 ‘동의’의 방식을 어떻게 볼 것인지 확인 할 수 없다. 무엇을 동의로 볼 것이고, 또 이면계약서라도 만들어서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분란을 조장할 것인가?

그리고 사용자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입어 긴급하게 사업장 변경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도 사유로 추가되었는데 문구로만 보면 이 역시 노동자가 입증을 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긴급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는 노동자의 진술이 가장 중요할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우선 변경을 조치하고 추후에도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주거문제에 관해서는, ‘비닐하우스를 숙소로 제공한 것을 이유로 직업안정기관의 장으로부터 자율개선명령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자율개선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가 사유로 추가되었다. 그런데 열악한 주거시설은 비닐하우스만이 아니며 스티로폼집, 컨테이너 등 다양한데 이를 포함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숙소시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서 직업안정기관의 장으로부터 시정할 것을 요구받았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시정기간 내에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가 추가되어 있다. 그러나 두 가지 사유 모두 ‘시정명령’을 전제조건으로 하는데 고용노동부가 이주노동자 고용 사업장의 숙소시설을 전부 점검하여 시정명령을 내릴지 의문이다. 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다. 또한 지속적으로 비판받고 있는 숙식비 강제 징수 지침의 폐기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의 기숙사 비용 징수와 주거 환경 개선에 대한 확실한 조처가 필요하다.
그리고 노동자와 사용자의 주장 불일치, 입증자료 부족 등으로 판단하기 곤란한 경우에 지역 고용센터별로 운영되고 있는 ‘외국인근로자 권익보호협의회’에서 사업장 변경을 허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권익보호협의회가 얼마나 자주 열려 운영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외국인근로자 권익보호협의회는 고시 개정 전에도 있던 기구인데 그 기능을 제대로 하는지 확인할 수 없는 유명무실한 기구에 불과했다. 이 기구가 제대로 운영이 된다고 하더라도 이주노동자가 여기에 논의를 요청할 수 있는지도 알 수 없다. 권익보호협의회가 제 기능을 하도록 노동단체 참여를 의무화하고, 이주노동자에게 충분히 알리며 협의회를 정기적, 중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4. 반복해서 주장하지만, 고시를 일부 개정하는 것으로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보장된 것이 아니다.

국내외적인 비판에 대해 정부는 고시를 개정해서 사업장 이동 제한을 완화했다며 생색을 낼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사업장 이동을 근본적으로 제한해 두고 있는 상황, 예외적인 경우에도 여전히 이주노동자가 입증을 해야만 하는 상황 등은 고시 개정이 현실에서 효과를 내리라는 것은 매우 불투명하다. 정부는 고용허가제도 안에서는 고용주의 불편함도, 이주노동자의 노동권과 기본권 보장 중 무엇도 개선할 수 없다는 것을 똑똑히 인식해야 한다. 이주노동자에게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참고 견디라는 것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스스로의 의사에 따라 사업장을 그만 둘 자유조차 없다는 것은 법제도적으로 인종차별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는 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의 자유 쟁취를 위해서 올 한해에도 힘을 다해 투쟁해 나갈 것이다.

2019. 2. 1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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