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섭이’에서 ‘진이’로- <사진신부 진이> 리뷰

VOM 컬쳐 북 리뷰 <사진 신부 진이>

“사진신부 진이” 읽으면서 463 페이지라는 두꺼운 두께만큼이나 생각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았다.

제일 놀랐던 것은 작가가 한국 사람이 아닌 외국인 작가인데 어떻게 현재 시대도 아닌 백년 넘게 지난 1900년대 한국 역사와 관련된 부분들을 완벽하게 이 작품을 통해서 보여줄 수 있는지 대단하다는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역시 “사회문제”라는 명제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든 존재하고 언제나 쉽게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더 뚜렷하게 깨달았다.

이 소설은 여주인공이 태어났을 때부터 시작하여 성장 과정과 결혼생활, 삶의 우여곡절들을 거쳐서 마지막 환갑의 나이로 마무리하면서 일제강점기 시대 한국사회의 남녀차별과 유교사상 문제, 착취 문제 등등, 또 같은 시기 미국사회 이주민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노동력 착취 문제나 불평등한 고용 환경, 가정 폭력과 인종차별 등을 모두 담아내고 있다.

나는 유교문화에 대한 어느 정도 알지만 책을 읽으면서 왜 그 때 남자만 학교에 가서 공부할 수 있고 여자는 공부하고 싶어도 못하고 무조건 집에서 집안일을 하면서 시집갈 때까지 아무 결정권도 없을 뿐 아니라 무조건 부모님 결정에 따라야만 했는지 암담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 이 시대에 태어난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명절에 대한 기억이 떠올려서 한숨을 쉴 수밖에 없다.

여자 주인공은 원래 양반집에서 태어났지만 “섭섭이”라는 이름만 봐도 그 당시 시대에 남녀 불평등이 얼마나 심했는지, 그리고 책의 53페이지 “계집이 글을 배우는 것은 사치고 부덕이다! 넌 우리 집안을 부끄럽게 만들었어!”와 52페이지 “하지만 지금도 배우고 있지 않느냐. 좋은 부인, 좋은 며느리가 되는 방법을 말이야. 여자에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처럼 여자에게 왜 교육의 기회를 주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용기를 내서 그 사회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여주인공의 마음이 “섭섭”으로부터 “진”으로 변하면서 드러나는데 그런 그녀의 인생이 너무 대견해보였다. 그 한국이라는 우물에서 빠져나가 밖의 세상과 마주하는 모습과 하와이에서 스스로 자기 결정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모습이 책의 73 페이지 끝 부분 “하지만 지금 우리를 향해 희망 찬 표정을 짓고 있는 그들 얼굴에 파인 주름은 열대의 햇빛 때문에 아닌 것 같았다. 사내들은 나보다 스무 살 이상 연상으로 보였고 우리가 보았던 사진과 닮은 데를 찾기 힘들었다….”며 그 순간의 당혹스러움을 표현하면서도 결국 받아들이고 있으니 말이다.

그 보다 희망을 품고 하와이에 갔는데 아름다운 천국보다 극한 현실에 마주치면서도 마음을 굳게 먹고 직면하는 모습은 같은 여자로서 읽으면서 소름이 돋을 만큼 존경스러웠다. 5장에서 나온 내용처럼 새로운 인생과 새로운 환경에 마주치면서 본인의 꿈을 잠시 넣어두고 살기로 했지만 미국에서 오랫동안 살았는데도 여전히 유교사상이 깊숙하게 뿌리내려 가정폭력과 ‘마누라는 무조건 복종해야 된다’는 신념을 가진 남편 때문에 유산이 되고 나서 그런 지옥 같은 결혼생활을 과감하게 벗어난 여주인공이야말로 당시 한국여성들에게서는 보기 힘든 신념을 볼 수 있었다. 역시 자기 인생은 자기가 주인공이어야! 이 소설은 6장부터 계속 여자 주인공과 그녀와 함께 미국에 온 다른 사진신부들 그 경상도 자매들의 우여곡절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읽을수록 단합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더욱더 느끼게 해주는 내용이다. 아무리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어도 힘들 때나 좋을 때나 함께 나눠주고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같은 나라 출신 친구들이 옆에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인생이라는 것은 항상 잔잔하게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 소설을 읽고 나서 더 확실하게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느 환경에서 살아도 제일 중요한 것이 자기의 의지와 본성이다. 특히 여주인공 같은 경우는 어디에 살든 상관없이 농장이든 홍등가든 항상 부지런한 여자다. 그리고 좋지 않은 환경에서도 좋은 인연들을 맺을 수 있는 자체가 어디든 좋은 사람들은 다 존재하다는 의미로 보였다.

1900대 초반에 한국 사회에서 특히 한국여성들에게 이혼이라는 것 자체가 보통 일도 아니고 남자만 여자를 버릴 수 있고 여자가 자기의지대로 그렇게 못하는데 여자 주인공은 다행히 미국에서 살고 있었으니 불행한 결혼생활도 법대로 처리되었고 다시 사랑하는 사람과 재혼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엄청난 운이라고 하면 당시 그 시기 한국여성에게 큰 과장도 아니었을 것으로 본다.

미국사회의 여러 문제도 볼 수 있었다. 인종차별 문제가 쭉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그치지 않고 현재까지 특히 코로나 사태 때문에 더욱더 극단적으로 심해지는 것이 여전히 아프고 찌릿하다.

지난번 읽었던 “루”라는 소설과 갑자기 좀 비슷한 부분이 겹치면서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265페이지의 끝부분 내용은 “어쩌면 내가 그들의 적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이다. 전쟁을 통해 결국 제일 많이 손해보고, 상처입고, 잃는 것은 국민들뿐이다. 그런데 정부가 잘 못해도 그 나라의 국민들이 모두 나쁜 사람들인 것처럼 무조건 싫어했던 태도를 점차 바꾸었던 여주인공의 남편의 모습이 그나마 happy ending이 되었고 누구나 다 그렇게 똑바로 구분할 수 있었으면 한다.

여기에서 가장 많이 느끼는 부분이 한국여성들이 정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나리”라는 영화에서 전하는 메시지처럼, 어떤 환경이든 잘 버티고 잘 해내고 잘 살아가는 모습은 경상도 자매들이 미국에서 어떻게 해냈는지 소설 내용을 통해 잘 보여줬다고 본다.

다른 나라에 이민으로 가서 거기에 잘 해내고, 잘 버티고, 잘 성장할 수 있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이 소설에 나온 여주인공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만 봐도 쉽지 않지만 의지를 가지고 있으면서 포기하지 않으면 못할 것이 없다.

그리고 어디나 나쁜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좋은 사람들도 적지 않고 어느 사회이든 불공평하고 불합리한 사건도 많지만 그와 반대로 단합되는 힘도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나하늘

(나하늘님은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이며 월례 책읽기 세미나팀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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