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최소연의 『난센여권』, 난민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하여

최소연의 『난센여권』  

난민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하여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이면 아침 일찍 일어나 대림동으로 가는 지하철을 탑니다. 대림역 8번 출구로 나오면 F-4(재외동포) 비자 취득을 위한 자격증 학원 유인물을 나누어 주시는 분들이 가장 먼저 저희를 반겨주십니다. 거리에 즐비한 가게들은 절반 이상 간판이 한자로 되어 있고요. 번잡한 도로변 바로 옆에 위치한 ‘평화인권 CAFE’를 찾아 들어갑니다. 꼭 한 달에 한 번씩 이곳을 찾는 이유는 다름 아닌 이주/이주민을 주제로 하는 책읽기모임인 ‘경계에서 읽다’에 참석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10월에 ‘경계에서 읽다’ 모임에서 함께 읽은 책은 최소연 선생님의 『난센여권』입니다. 『난센여권』은 저마다 사정으로 인해 ‘난민’의 신분으로 한국을 찾은 세계 각국의 난민들, 그리고 이들과 함께하는 기계비평가, 건축가, 변호사, 기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또한 ‘난센여권’은 1922년 노르웨이 출신의 탐험가이자 인권운동가인 프리드쇼프 난센이 난민들의 권리와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국제 신분증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난민들의 인권을 위해 한국 안팎에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단체인 ‘난민인권센터’의 별명도 ‘난센(NANCEN)’이지요. 제목부터 아주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던 것 같아요. 

     특별히 이번 모임에는 『난센여권』의 등장인물(?)이기도 한 난민인권센터의 고은지 활동가께서 초대 손님으로 함께해주셨습니다. 실제 난민들의 권리를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신 분의 생생한 경험과 고민을 들으면서 책 내용에 갇히지 않고 난민과 관련한 더욱 알찬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서는 난민을 ‘인종, 종교, 국적, 정치적 의견 또는 특정 사회 집단의 구성원이라는 이유로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어 자신의 나라를 떠나 국경을 넘은 사람이나 분쟁 혹은 일반화된 폭력 사태로 인해 고국을 떠나 돌아갈 수 없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나라를 떠나온, 혹은 떠나야 했던 모든 사람들이 새롭게 정착하고자 하는 사회에서 난민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닙니다. 난민법에 따라 난민인정심사를 통과한 이들에게만 난민 지위가 부여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난 5년간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4.5%에 불과했습니다. 2015년 유엔난민기구가 집계한 전 세계의 난민인정률이 37%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형편없이 낮은 수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는 한국의 난민 인정 체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난민인정소송을 여러 차례 담당하신 바 있는 ‘이주민센터 친구’의 조영관 변호사님은 유엔이 정한 난민의 정의가 현실에서는 난민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기보다는 실제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과 불필요한 사람들을 나누고 후자를 배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며, 그 과정에서 난민들은 자신의 이주를 선택한 욕구와 목적, 그리고 인간으로서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할 권리와는 상관없이 자신이 고국에서 받은 박해를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는 점을 지적해주셨습니다. 한국 정부는 한 쪽에서는 ‘세계 속의 대한민국’을 부르짖으면서 다른 한 쪽에서는 세계 곳곳에서 한국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스스로 입증하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것입니다. 

난민인정체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무책임하고 치졸한 정부의 행태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우리 역시 난민들을 권리의 주체로서 인식하기보다는 동정과 연민의 대상으로만 생각해오지 않았는지를 돌아보게 되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난민인정절차의 개선 방향이나 국가에 요구할 바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난민과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난민과 함께 사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와 같은 질문이 계속 남았던 책읽기모임이었습니다.

『난센여권』을 읽고 대림동에 모여 이야기를 나눈 후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많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시리아 정부·러시아 연합군의 알레포 탈환 작전으로 많은 사람들이 학살되거나 집을 떠나야 했고, 유럽 곳곳에서 계속되는 테러는 반(反)난민 정서에 끊임없이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특히 올 겨울에는 유럽 전역에 기록적인 혹한이 찾아오면서 많은 난민들이 거리에서 목숨을 잃고 있다고 합니다. 약 100여 년 전에 프리드리히 난센이 국가가 보호하지 않는 난민들을 위해 국제사회가 책임을 지겠다고 합의한 여권을 상상해낸 것처럼 우리 역시 난민들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더 많은 생각과 행동을 모아야 할 때가 아닐까 합니다.

내년 겨울은 난민들에게 올해 겨울보다 조금은 더 따뜻한 겨울이 되기를 소망해봅니다. 

 

 | 레인보우스쿨

레인보우스쿨은 이주민과 정주민의 공존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고려대학교 중앙동아리입니다. 레인보우스쿨에서는 한국 사회의 보편적 이익이 이주민의 권리와 만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며, 이주민 혐오에 대응하거나 이주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요구들을 사회적으로 알려내는 등 다양한 실천을 벌여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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