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 한국에서 이주자로 살아가기

《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한국에서 이주자로 살아가기》 (김현미, 2014)

이주는 삶을 능동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행위

이가원 유엔인권정책센터 활동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삶에 대한 일종의 방황과 불안을 경험한다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만 같은 막연한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나의 경우 암담한 삶아득한 미래에 대항해 딱히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삶을 변화시키려 실천하거나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적이 별로 없다대신 지금과 다른 세상에 나를 옮겨 심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할 뿐이다소위 해외 이주를 자주 꿈꾸지만 결단을 내리기 좀처럼 쉽지 않다기실 이주의 행위는 삶을 주체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상당한 의지와 용기가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의 저자 김현미 교수는 한국으로 오는 이주 노동자이주 여성난민 등을 복잡다단한 목적을 가지고 자기 삶을 능동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행위자로 바라본다반면 한국사회가 어떻게 이주민 개개인의 가능성과 특성을 삭제하고 집단적 정체성을 부여하여 차별과 배제를 당연시하는지를 드러낸다.

저자는 이주자에게만 적응과 변화를 요구하는 한국의 다문화 담론을 비판한다이른바 사회통합은 흔히 이주자를 주류 문화에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소외나 사회적 불안 등과 같은 갈등 상황을 줄여나가는 것을 의미한다지만저자에 따르면 한국의 다문화 담론은 선주민과 이주민 간의 분리나 위계를 전제하여 이주민의 일방적인 동화만을 주장한다고 한다이러한 방식은 결국 이주자의 사회 참여를 제한하고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놓이게 함으로써 능동적인 시민 주체가 아닌 한시적인 지원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효과를 낳게 된다.

내가 지금껏 이주를 실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어쩌면 이 사회가 이주민을 대하는 태도를 내면화한 까닭이 아닐까내가 향하고 싶은 그 사회도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두려움은 바로 내가 이 땅에서 누리고 있는 이주민과 선주민의 불평등한 관계에서 시작된 건지 모르겠다이주자들이 품을 법한 한국 사회에 대한 호기심삶에 대한 기대와 긍정이 지극히 인간적임과 동시에한국사회가 다문화라는 이름으로 퉁친 혹은 그 범주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들에 가하는 불평등한 영향력은 얼마나 비인간적인가 말이다이 책이 나와 같은 두려움을 마주하고 있는 이들에게 그래서 소중하다.

 

이가원 유엔인권정책센터 활동가

단체에서 주로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한 현지 사전정보제공 사업을 담당하고 있고 본국으로 귀환하는 이주 여성의 자립에 관한 사업도 한다활동의 주요 키워드는 여성노동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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