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삶의 격: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방법

《삶의 격: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방법》 (페터 비에리, 2014)

가원 유엔인권정책센터 활동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체납임금 440만 원을 동전으로 바꿔 지급한 사건 말이다. 동전은 100원짜리 1만 7,505개, 500원짜리 5,297개였다. 사업주는 3시간에 걸쳐 은행 지점 6곳을 도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수백만 원을 전부 동전으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임금을 체불한 사장은 임금을 모조리 동전으로 바꿔, 노동자들이 사는 컨테이너 바닥에 쏟아부었다고 한다. 그 순간 이들 노동자가 필연적으로 느꼈을 굴욕감이 상상되는가?

▲ 그림 : 이기영의 이주만평_밀린 주급을 동전 22,802개로 지급한 업주 (원본 보기)

 

철학자 페터 비에리는 자신의 책 《삶의 격》에서 타인으로부터 우리가 주체라는 사실을 무시당하거나 수단으로 악용당할 때 우리는 굴욕을 느끼는데, 이는 상대방의 의도적 횡포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한 전횡에 의한 종속에 맞서기 위해 권리가 필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간은 자립하고 존엄해질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존엄이 하나의 삶의 형태로 한 인간이 타인들과 맺는 관계, 다시 말해 그가 타인들과 어떻게 대면하는지, 타인들이 그를 어떻게 대면하는지에 근거한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자립한 인간은 권리를 요구할 수 있고 무엇을 해달라고 혹은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할 필요가 없으며 타인의 너그러움에 기대지 않고 그 권리를 관철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 은행나무에서 번역 출간된 페터 비에리의 《삶의 격》 표지

다시 돌아와 이 땅에 사는 이주노동자들의 연약한 삶의 기반을 생각한다. 위태로운 법적 지위 탓에 이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관철해내지 못하고, 권력자의 횡포에도 충분히 보호받지 못한다. 인간이 자립하여야 존엄하다면, 무엇이 이들 이주노동자들을 존엄하지 않게 만드는가? 존엄이 한 인간이 타인들과 맺는 관계에 근거한다고 전제하면, 우리 사회는 이주노동자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이 책은 끊임없이 당신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것이다. 과연 나와 타인의 존엄의 무게는 동일한가? 혹은 무엇이 당신을 남들보다 존엄하게 하는가?

 

가원 유엔인권정책센터 활동가

단체에서 주로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한 현지 사전정보제공 사업을 담당하고 있고 본국으로 귀환하는 이주 여성의 자립에 관한 사업도 한다활동의 주요 키워드는 여성노동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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