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이주의 시대》② ‘문화적 동질성’이라는 신화 혹은 환상

이주의 시대》② <2장_이주이론>

‘문화적 동질성’이라는 신화 혹은 환상

가원 유엔인권정책센터 활동가


세계이주민의날을 맞아 전국에서 이주노동자대회가 열렸다. (사진제공: 이주공동행동)

지난 12월 18일은 UN이 정한 세계이주민의날이었다. 이날 서울의 광화문 일대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 국내 이주노동자들이 모여 한국에 와서 사망한 이주노동자들의 추모식을 갖고 고용허가제 폐지와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요구하는 행사가 열렸다. 세계이주민의날에 이들이 집단적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이 사회 시민들의 눈에 어떻게 비춰졌을까.

국제이주는 ‘문화적 동질성’의 신화를 바탕으로 한  

근대 국민국가에 딜레마를 제기하는 것

《이주의 시대》 제2장 <이주이론>은 문화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이민은 ‘국민국가’에 딜레마를 제기한다고 말한다. 이주민을 시민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문화적 동질성’이라는 국민국가의 신화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군주의 절대권력이 존재했던 전근대적인 국가에서는 지배층과 농민 간에 절대 공유할 수 없는 문화가 존재했기 때문에 국민국가라는 개념이 없었던 반면, 근대화, 공업화, 식민주의를 맥락으로 발전해온 서유럽과 북미의 근대 국민국가는 문화적 귀속과 정치적 정체성이 밀접하게 연계되어 왔다. 이 장에서 인용되는 학자 시턴-왓슨은 국가는 “시민들에게 복종과 충성을 요구하는 권력을 가진 법적·정치적 조직”이라고 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므로 ‘누가 국민에 속하는가’를 정의하는 것이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시민이 아닌 사람들은 적어도 일부 권리와 의무에서 배제되고 ‘시민권’은 국가와 국민을 이어주는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인 셈이다. 따라서 ‘시민권을 획득한다’라는 것은 이주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일 수 밖에 없다. 시민권이란 하나의 정치적 공동체 내의 모든 시민들이 동등한 권리를 가지며 또한 이러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상응하는 일련의 제도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주자들이 새로운 나라에 정착해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은 

외국인 노동자를 모집하거나 이주를 허가하는 초기 결정의 필연적인 결과

국제이주는 그 형태가 어떠하든 간에 현대 세계의 발전의 중요한 구성요소이며, 국제이주의 규모는 향후 수년간 계속 커질 것이라고 이 책은 전망하고 있다. 또한 이주자들의 상당수가 새로운 나라에 정착하여 공동체나 집단을 형성하고 그 결과 종족적·문화적으로 다양한 사회가 등장하는 것은 외국인 노동자를 모집하거나 이주를 허가하는 초기 결정의 필연적인 결과로 간주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속화되는 전지구화를 막을 길은 없고, 그로 인한 이주의 증가는 국민국가의 종족적·문화적 다양성의 증가를 의미하게 된다. 이러한 다양성은 시민권 등 중요한 정치제도의 변화에 기여하고 국민국가 본질 자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책은 내다본다.

고용허가제 시행 이후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노동할 수 있는 시간, 4년 10개월. 여전히 사업장 이동의 자유조차 없는 “합법” 이주노동자의 대한민국. 이주노동자가 시민으로서의 공동체를 꾸리고 정착하는 것, 너무 아득한 이야기처럼 들리는건 내가 너무 비관적인 까닭일까.

 

가원 유엔인권정책센터 활동가

단체에서 주로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한 현지 사전정보제공 사업을 담당하고 있고 본국으로 귀환하는 이주 여성의 자립에 관한 사업도 한다활동의 주요 키워드는 여성노동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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