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회] 한국의 공항, 그 경계에 갇힌 난민들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신청절차 실태조사 보고대회

한국의 공항, 그 경계에 갇힌 난민들

자의적인 난민심사 회부기준, 열악한 송환대기실 시설에 고통받는 난민들… 

공정하게 심사받을 기회 주어져야

▲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신청절차 실태조사 보고대회 (사진제공 유엔난민기구)

2013년 7월. 한국에서 아시아 최초의 단독 난민법이 발효되었다. 한국이 1992년 12월 ‘난민의 지위에 관한 1951년 국제 협약’ 및 ‘난민의 지위에 관한 1967년 의정서’에 가입한 지 20년 만에 난민 수용과 지원에 관한 국내법적 근거가 생겨난 것이다. 법무부는 난민법 발효에 즈음하여 난민법 제정으로 인권 국가로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질 거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그리고 3년 뒤인 2016년 6월. 인천공항 송환대기실에는 수십명의 난민 신청자들이 갇혀 있다.

지난 5월 24일 ‘한국의 공항, 그 경계에 갇힌 난민들’이라는 주제로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신청절차 실태조사 보고대회’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합변호사협회 대강당에서 진행됐다. 대한변호사협회, 한국난민지원네트워크 주최 및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의 주관으로 열린 보고대회에는 이일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 박영아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고은지 간사(난민인권센터), 김진 뉴질랜드 변호사(세이브더칠드런)이 발제자로 나서고, 변호사, 시민단체, 언론 관계자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이 날 발표된 보고서는 실제 난민 신청자 24명에 대한 75개 문항의 심층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난민법의 제도적 모순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다루었다.

 

심사를 받기 위한 심사

자의적으로 결정되는 난민심사 회부과정

한국의 난민법 5조와 6조는 난민 신청을 원하는 외국인은 누구나 출입국항, 다시 말해 공항이나 항만 등에서 자신을 난민으로 받아달라고 신청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이어 8조 1항은 “난민인정신청서를 제출받은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은 지체 없이 난민신청자에 대하여 면접을 실시하고 사실조사”를 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인들이 모두 난민 신청을 한다면 정작 급하게 도움이 필요한 난민들을 제대로 심사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이러한 낭비를 막기 위해 난민법은 부속 시행령 5조 1항에 제시된 몇 가지 조건에 해당하는 사람은 “난민인정 심사에 회부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이 날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4월 18일 기준으로 난민신청자 561명 중 난민심사에 회부되지도 못한 불회부자가 198명, 비율로 따지면 35%에 육박한다. 출입국부처의 판단이 공식 난민심사 전에 작동하는 이중적 심사과정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또 보고서는 한국의 난민심사 회부 기준이 너무 까다롭고, 심지어 자의적으로 적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시행령 5조 1항은 ‘박해의 가능성이 없는 안전한 국가 출신이거나 안전한 국가로부터 온 경우’ 난민을 심사에 회부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나라가 안전한 나라인지, 그리고 소위 ‘안전한 국가’에서 난민 신청자가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정말 없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제시되지 않았다.

 

상상 이하의 대접을 받는 송환대기실 구금 난민들

인천공항 송환대기실에 갇혀 있는 난민들은 위 시행령을 근거로 난민심사에 회부되지 않은 ‘난민심사 불회부자’이다. 이들은 박해가 일어나고 있는 본인의 나라로 돌아갈 수도 없고, 한국에 들어올 수도 없는 신분으로 송환대기실에 머물고 있다.

출입국사무소에서는 송환대기실이 개방형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난민 당사자들의 말은 이와 다르다. 송환대기실을 벗어날 때는 미리 시간을 정해 공무원에게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담배를 잠깐 피러 나가기도 쉽지 않다. 심지어는 부족한 식사를 보충하기 위해 잠시 출입국공간에 나갈 때도 하나하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관련 시민단체에서 이들이 사실상 구금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이다.

보고서를 통해 살펴본 송환대기실의 시설은 한마디로 끔찍한 수준이다. 평상처럼 생긴 나무 가구에서 잠을 자는데, 그나마도 사람이 많아 모자라면 바닥에서 박스를 깔고 자야 한다. 창문이 없어 햇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아 침구류가 들어오는 것을 기준으로 시간의 흐름을 가늠해야 한다. 벽은 투명해서 출입국 공무원들에게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감시당한다. 위생에 대한 고려도 부족하다. 샤워용품은 전혀 주어지지 않아 나중에 들어온 난민의 것을 빌려서 쓰는 경우가 많다. 샤워시설은 남자, 여자용 각 1칸씩밖에 없어 1주일간 샤워를 못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식사 문제도 심각하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세 끼 모두 치킨버거와 콜라가 제공되었다” 혹은 “만두 한개와 콜라 한 캔으로 세끼를 모두 채웠다”는 증언이 쏟아졌다. 그나마도 준비된 양이 다 떨어지면 아예 식사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증언도 있었다. “7일동안 식사지급을 받지 못해 남은 음식을 먹으며 버텼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정부가 송환대기실의 시설을 개선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송환대기실의 열악한 환경이 난민심사 불회부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려는 난민 신청자들을 압박하는 방법으로 쓰이고 있다고 진단한다. 한국 정부가 원하는 것은 난민으로 받아들이기 싫은 사람들을 그들이 온 곳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난민 신청자를 바로 송환시키는 것은 난민지위에 관한 UN협약에서 직접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이 때문에 송환자를 열악한 시설에 방치·구금해 그들이 스스로 지쳐 떠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의 김진 변호사는 “난민에 대한 공포는 막연할수록 더 커지기 마련”이라면서, “난민을 무조건 막을 것이 아니라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합리적이고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또한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일 변호사는 이에 덧붙여 “난민 신청자들에게 정당한 심사를 제공하기 위해 난민법과 관련 제도들이 현실에 맞게 고쳐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 사회 전반적으로 난민을 옹호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건희  |  MWTV 기자단 5기 bbscgd@gmail.com

이주, 노동, 그리고 무엇보다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다. 이것저것 읽는 것, 그리고 이것저것 먹는 것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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