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비평] 도대체 국적이 무슨 상관인가요? 범죄 뉴스에 묘사된 이주민의 모습

도대체 국적이 무슨 상관인가요? 범죄 뉴스에 묘사된 이주민의 모습

“불법체류자 늘어나잖아 지방곳곳에 들어오는거 막아라 좀!!!”

댓글이 달렸다. 조회수 438회. 2020년 11월 14일, MBN에서 <‘3살 아들 학대’ 베트남 엄마의 동거남 체포>라는 기사가 나간 뒤, 올라온 시청자의 반응이었다. 조회수 363회. 같은 날, 연합뉴스 TV는 <3살 아들 장기 파열시킨 베트남국적 엄마 구속영장>이라는 제목으로 동일한 소식을 전했다. 곧바로 “애들 상대로 보험 돈 타먹을려는 개수작 부리는 인간말종들 매년 나오는것 같다”며 영상에 의견이 덧붙여졌다. 조회수 649회. SBS도 <3세 아들 학대해 장기 파열… 베트남 국적 엄마 입건>이라는 헤드라인을 앞세워 같이 보도했다.

문제다. MBN, 연합뉴스 TV, JTBC 뉴스에 달린 댓글은 선을 넘어섰다. 혐오가 짙게 깔린 의견이었고, 편견이 개입된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었다. 시청자가 단 댓글 거의 대부분은 ‘3살 난 아이가 학대당했다’는 사실을 제일 먼저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출신을 따지는 차별적 발언이었다. 현재 수사 중이고, 구속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범죄자로 낙인찍고, 나이와 연령, 그리고 출신을 문제 삼았을 뿐이었다.

2020년 11월 14일, MBN은 피의자의 ‘국적’을 강조하며, <‘3살 아들 학대’ 베트남 엄마의 동거남 체포>로 범죄 소식을 전했다(출처: MBN)

그런데 진짜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뉴스’ 그 자체였다. 댓글도 문제지만, 지난 11월 12일부터 14일까지 ‘3살’과 ‘아동학대’, 그리고 ‘베트남’으로 검색되는 총 51건의 뉴스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피해자와 가해자의 개인정보를 지나치게 자세히 보도했다. 특히, 이 범죄 소식과 관련 신문과 방송에서 ‘국적’을 주로 거론해, 특정 국가에 대한 반감과 이 나라 출신의 우리 사회 이주민 혐오를 조장했다. 제대로 다뤄야 될 부분은 언급하지 않은 채, 단순 사실만 전달했다. 범죄 소식 관련, 미디어에서 다뤄진 이주민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국적’만 강조하며 단순 사실 전달에 그쳤던
MBN과 연합뉴스 TV, 그리고 SBS

“세 살 난 아들을 장기가 일부 파열될 정도로 때려 중상을 입힌 엄마의 동거남이 공범 혐의로 긴급 체포됐습니다. 경기 하남경찰서는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한 베트남 국적의 20대 여성의 동거인이던 10대 남성을 공범 혐의로 붙잡았습니다.”

2020년 11월 14일 MBN이 보도한 내용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발생했던 다른 아동학대 범죄 소식처럼 전달했다. 가해자가 누구이며, 피해자가 몇 살인지, 사건이 터진 곳이 어디인지 유추할 수 있는 지역을 거론하며 보도했다. 피의자들이 저지른 행위가 어떤 법률에 저촉이 되는지를 밝혔다.

“세살배기 아들을 장기가 일부 파열될 정도로 때려 중상을 입힌 엄마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경기 하남경찰서는 어제(13일)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베트남 국적 20대 여성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A씨는 아들 B군과 서울 강동구에 있는 병원을 찾았다가 아이 눈가에 멍이 든 것을 수상히 여긴 병원 측의 신고로 덜미가 잡혔습니다.”

2020년 11월 14일, 연합뉴스 TV도 피의자가 ‘베트남’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3살 아들 장기파열시킨 베트남국적 엄마 구속영장> 범죄 소식을 전했다(출처: 연합뉴스 TV)

MBN 보도만 그런 것이 아니라 연합뉴스 TV도 거의 유사하게 해당 소식을 전달했다. 아동학대를 당한 것으로 보이는 아동의 피해 사실이 처음에 어떻게 어떤 경로로 세상에 알려졌는지를 추가로 제시하며, 동일한 뉴스를 방송으로 내보냈다. 같은 날, SBS는 오전 뉴스로 다른 매체에서 보도한 사실에,

“피해 아동이 현재 치료를 받고 있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라고 갈무리하며 같은 소식을 전했다. 세 뉴스의 방송 분량은 대략 30초. 매체와 이를 전달하는 앵커의 모습, 목소리가 다를 뿐, 종합편성채널과 지상파 뉴스의 보도 내용은 거의 유사했다. 범죄와 연관인 이주민 소식을 매우 유사하게 약간의 차이만 둬, 시청자에게 전달했다.

잘못됐다. 적절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이렇다. MBN, 연합뉴스 TV, SBS 방송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 세 방송국의 교집합은 특정 국가로 모아졌다. 그 나라는 바로 ‘베트남’이었다. 세 곳 모두 피의자인 베트남 여성과 동거남의 ‘나이’와 ‘국적’을 정확히 밝혔지만, 이 사실이 어떠한 점에서 ‘아동학대’라는 범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인지 전혀 다루지 않았다.

중요하다. ‘아동학대’가 ‘베트남’ 출신 사람만 저지르는 특이한 범죄가 아닌데, 베트남에서 발생하는 주된 사건이 아닌데, 3곳의 방송 매체는 특정 ‘국가’를 자주 거론했다. 때로는 자막으로, 취재기자 음성으로, 앵커의 설명으로 반복할 따름이었다. 범죄 사실과 관련, 베트남 출신이라는 게 어떤 점에서 중요한지, 그래서 시청자가 꼭 알아야 되는 정보가 무엇인지 설명과 근거 제시는 미흡했다.

그래서 문제다. 결코 작은 잘못으로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이러한 뉴스가 특정 국가와 사람에게 잘못된 인식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뉴스는 ‘아동학대’와 ‘베트남’이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제시해, 방송을 보는 시청자로 하여금 저절로 ‘아동학대는 베트남’이라고 연상하게 만들었다. 특히, 연합뉴스 TV는 24시간 보도 전문 채널이기 때문에 동일한 뉴스를 시간대만 달리하여 되풀이하기에 이러한 방송은 시청자에게 잘못된 인상을 남길 가능성이 컸다. 우려스러운 보도였다.

그동안 본 적 있나. 한국인이 범죄 용의자이거나 피의자인 경우 ‘대한민국’ 국적을 거론하며 보도하는 경우를 쉽게 보지 못했다. 내국인이 저지른 살인, 아동학대, 폭력과 같은 흉악범죄에 ‘한국’이라는 국적이 강조되며 자막으로 제시되고, 앵커가 설명한 경우를 본 경험이 거의 없다. 그런데 지금 이주민이 관여된 범죄 보도는 어떠한가. 사건과 무방하고, 관련성 없음에도, 개연성이 있음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그저 방송에서 ‘국적’을 강조한다.

맞다. 물론 해야 한다. ‘입건’된다는 건 공식적인 수사가 시작됐음을 말하기에, 조사 과정에서 범죄자와 특정 국가가 연관성이 있다면 당연히 밝혀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범죄 사실과 상관 없는 사실은 철저히 보도에서 배제시켜야 한다.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잘못된 사실 전달로 오해를 쌓아서는 안 된다. 섣부른 추측과 예측으로, 피해 사실을 축소하거나 가해 상황을 과장해서도 안 될 일이다. 특히, 한 번 보도 되면 다시 무를 수 없는 언론의 파급력을 고려해 볼 때, 확실한 내용을 시청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내국인과 이주민 구분 없이 말이다.

현재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방송통신심의규정 제29조엔 이렇게 명시되어 있다. “방송은 지역간, 세대간, 계층간, 인종간, 종교간 차별·편견·갈등을 조장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적혀 있다. 따라서 혐오를 막고, 차별을 배제해야 될 방송의 책무를 고려해 볼 때, 방송에서 지금까지 범죄 사건과 관련된 이주민을 묘사하는 방식은 잘못됐다.

같은 규정 제21조를 참고해 볼 때 더욱 그렇다. 국적을 강조한 보도 내용은 도를 지나쳤다. 특히, ‘인권보호’와 관련, “방송은 부당하게 인권 등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방송은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사람들을 다룰 때에는 특히 인권이 최대한 보호되도록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음에도 지난 방송 뉴스는 이점을 간과했다. 특히, 제22조 ‘공개금지’ MBN, 연합뉴스 TV, SBS는 “방송은 범죄사건 가해자의 인적사항 공개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라는 문구에 어긋나게 보도했다.

2020년 11월 14일, SBS는 오전 뉴스로 ‘베트남’ 국적을 강조하며, <3세 아들 학대해 장기 파열…베트남 국적 엄마 입건 SBS> 범죄 소식을 전했다(출처: SBS 모닝 와이드)

이주민은 우리 사회 약자다. 소수에 속한다. 따라서 자기 권리를 지켜내기가 쉽지 않다. 다른 사람 및 집단보다 더 보호해야 하고, 배려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언론의 모습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스스로 만든 약속을 지키기는커녕 언론과 기자가 본인들이 규칙을 가장 먼저 어기고 있다. 적절한 인과관계 제시와 구체적인 설명 없이 ‘베트남’이라는 특정 국적만 강조한 지난 보도를 보면 그렇다.

단순히 방송만의 문제?
이주민 차별을 조장하는 신문

아니었다. 단순히 방송만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았다. 종합편성채널과 지상파 뉴스의 문제는 신문 기사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3살 아동학대’ 사건 소식과 관련, 방송에 이어 신문에서도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우려스러운 상황이 반복하고 있었다.

같은 소식을 전한 매일경제는 <‘3살 아들 학대’ 베트남 엄마의 동거남 체포… 공범 혐의>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피멍·장기파열’ 세살아이 베트남 엄마의 학대, 19세 동거인도 공범 혐의>라는 이름으로, 연합뉴스 TV, SBS에서 보도한 것처럼 거의 유사하게 특정 ‘국가’와 ‘출신’을 강조했다.

그렇게 반복됐다. 이주민 관련 보도에서 종합편성채널과 지상파가 보여준 모습은 주요 경제지와 종합지에서 오히려 더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방송에서 보여준 것처럼 신문에서도 범죄와 관련 없는 피의자의 출신 국가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특정인의 국적이나 민족을 부각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해당 소식을 전한 어떠한 매체에서도 이와 관련된 내용을 명시하지 않았다.

지난 11월 14일, 이주민이 관련된 범죄를 보도했던 신문(출처: 구글 뉴스)

관행과 차별

이쯤 되면 ‘관행’이다. 신문과 방송에서 구체적인 근거 제시 없이, 범죄와 관련된 이주민의 ‘국적’만을 강조하는 모습은 우리 언론의 부적절한 보도 행태다. 나아가 이러한 관행은 한국기자협회 정관에 명시된, “언론은 고정관념이나 사회적 편견 등에 의한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용어 선택과 표현에 주의를 기울인다.”라는 내용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범죄와 관련된 이주민을 다룬 지난 방송과 신문은 같은 정관 제5장에 명시된 “이주민과 외국인 인권” 항목에 저촉됐다. 이 조항에서 “언론은 이주민에 대해 희박한 근거나 부정확한 추측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조장하거나 차별하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우리 언론의 모습은 이 점을 고려, 조심하기는커녕 오히려 이에 더 의존하는 행태를 보였다.

나아가 문제다. 직접적인 인과관계 제시 없이 단순히 ‘출신’과 ‘국적’을 거론하는 건 시청자와 독자에게 불필요한 정보를 제공한 미흡한 행동이었다. 이주민의 ‘출신’과 ‘국적’이 사건의 본질이 아니라, 곁가지 정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언론에선 범죄와 관련된 이주민을 보도하는데 지나치게 ‘배경’ 설명에 많은 비중을 할애하고 있다. 특히, 지난 조선일보 <‘피멍·장기파열’ 세살아이 베트남 엄마의 학대, 19세 동거인도 공범 혐의> 보도를 보면 그렇다.

이 기사는 아동학대를 한 엄마와 동거남의 국적이 ‘베트남’이라고 설명한데 이어, 전 남편의 국적이 ‘필리핀’이라고 전달했다. ‘베트남’과 ‘필리핀’ 출신이라는 점은 곧바로 연결됐다. 불법. 조선일보는 두 국가 출신이라는 점을 반복해 제시하며 동시에 이들이 “불법체류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의 입을 빌려, “불법체류자여서 신원을 특정해 체포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게 아동학대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두 신문은 범죄와 국적간의 인과관계를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단지 ‘국가’와 ‘불법’이라는 점을 거듭 드러냈다. 하지만 이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범죄와 관련된 뉴스에서 이주민의 국적을 강조하는 건 불필요하게 개인정보를 드러낸 인권침해였다. 그렇게 불법체류와 아동학대 사건이 어떤 개연성이 있는지 방송에 이어 신문에서도 빠졌다.

그래서일까. 묻혀 있다. 이주민의 ‘출신’과 ‘배경’을 보도하느라, ‘불법체류자’ 유무를 강조하느라 정작 아동학대 피해자인 어린아이가 현재 어떠한 상태인지, 앞으로 어떤 조치를 받게 될 것인지, 가해자가 어떻게 처벌을 받을 것인지를 많이 다루지 않았다. 방송은 처벌 이후, 가해자가 우리 사회로 돌아왔을 때, 피해자를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지 전혀 말하지 않았다. 방송과 신문 모두 방향을 제시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데, 방송은 짧은 단신 뉴스로만 보도하는데 그쳤다. 신문은 이를 단편적으로 기사화하는데 머물렀다.

범죄와 관련된 이주민 소식을 다룰 때, 언론은 무엇을 다뤄야 하고, 어떻게 보도해야 할까. 기준은 ‘적절성’과 ‘타당성’이다. 나이, 국적, 종교 등을 드러낼 때, 이 점이 어떤 점에서 중요한지, 그래서 시청자와 독자가 왜 알아야 하는지 두 원칙에 근거에 보도해야 한다. 이 기준에 입각해 보도 과정과 결과에서 제시된 내용들의 연관성을 보여줘야 한다.

언론의 말과 글, 영상 하나가 잘못된 인식을 만들고, 이로 인해 불필요하게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인과관계를 정확하게 제시하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런데 지금 우리 언론의 모습을 보면 그렇지 않아 보인다. 진보와 보수, 신문과 방송 구분 없이, 불필요한 정보를 여과 없이 드러내고, 정작 알리고 소개해야 될 내용을 전하는데,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 듯하다.

언론은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다. 거울을 잘 닦아져 있어야 그 기능이 제대로 발휘된다. 그 상태에서 사물을 제대로 비춰야 현실이 왜곡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지금 우리 언론이 이주민을 묘사하는 방식이 과연 적절한가?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이주민이 관련된 범죄 소식을 전달하는 지금 우리 신문과 방송의 모습을 보면, 그동안 이렇게 했더라도 앞으로 이와 같이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말해 주는 듯하다. 이런 보도를 하면 안 된다는 불편한 진실을 역설적으로 현재 매체 스스로가 나타내고 있다.

“you only see what they want you to see, remember that” ‘미디어가 사실을 어떻게 보도하느냐에 따라 진실이 달라진다’는 포스터(출처: https://www.pinterest.co.kr/pin/318700111111862492/)

글 | 정현환 (이주민방송MWTV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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