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법무부 ‘이주여성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종합대책’에 대한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논평

법무부 ‘이주여성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종합대책’에 대한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논평

– 관련 부처가 함께하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종합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

 

지난 3월 21일 법무부는 이주여성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그동안 정부의 이주여성 관련 정책은 주로 다문화가족 중심이었다. 체류 지위에 따라 다양한 상황에 놓인 이주여성 전체를 포괄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다문화 가족 중심 정책의 한계는 뚜렷했다. 최근의 미투 운동의 영향으로 이주여성 성폭력 대책 차원에서라도 전체 이주여성을 포괄한 정책 마련이 시도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환영할 일이다. 더불어 미투 운동에 참여하기 어려운 이주여성들의 상황과 조건을 고려하여 발 빠르게 대책이 마련되고 있음을 환영한다. 가장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이주여성에 대한 정책적 고려는 한국 사회의 인권에 대한 시각과 기준이 그만큼 진일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법무부의 이번 대책 발표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쉽다는 점을 밝힌다.

이주여성의 성폭력과 관련된 사안은 법무부의 업무하고만 관련되어 있지 않다. 주지하다시피 젠더 기반 폭력의 주무부처는 여성가족부이며, 이주여성 노동자를 포함한 외국인력 정책은 고용노동부가 주무부처이다. 여러 국가와 관계라는 측면에서 외교부 또한 관계가 있으며, 이주여성 역시 지역사회에 주민으로 살아간다는 점에서 행정안전부와도 관련이 있다. 그럼에도 이번 정책은 법무부만의 종합대책 형태로 발표되었다. 이주여성과 관련된 정부 부처가 제 각각 이주여성 성폭력 대책을 마련할 것인가? 그렇다면 이주여성들은 각 부처마다 발표되는 정책들을 찾아다니며 이해해야 하는가? 이주여성의 특성상 자신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간결한 내용조차도 정보 접근이 쉽지 않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이주여성 성폭력 종합대책은 기본적으로 관련 부처가 모두 참여한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이주여성은 성폭력 피해를 신고하고 싶어도 어디로, 어떻게 자신의 피해를 말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이주여성이 민원 상담으로 접근 가능한 모든 창구에서 성폭력 피해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한 이유이다. 법무부는 그 창구를 외국인종합안내센터 1345로 지정했다. 국제결혼 이주여성은 사전정보제공 프로그램으로 다누리콜센터 1577-1366을 인지할 가능성이 1345를 인지할 가능성보다 높다. 고용허가제로 들어 온 이주여성 노동자 역시 1345를 인지할 가능성보다 외국인력지원센터를 인지할 가능성이 높다. 방문취업제로 입국하는 한국계 외국인 이주여성은 동포 관련 기관을 인지할 가능성이 높다. 유학생은 각 학교의 외국인 학생 지원 기관을 먼저 인식할 것이다. 따라서 1345만이 아니라 다양한 체류 자격에 따라 접근 가능성이 높은 모든 곳에 성폭력 전담 창구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주여성이 1차 접근이 가능한 창구에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이주여성 전문상담소가 설치, 연계되어 전문적인 상담과 지원이 제공되어야 한다.

이번 법무부의 대책에는 미등록 이주여성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공무원 통보의무 면제 범위 확대와 성폭력 수사가 진행 중이거나 법원에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한 경우 체류상태에 상관없이 권리구제절차가 종료될 때까지 합법적인 체류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기존의 내용을 매우 제한적으로 확대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주여성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수사, 재판 과정에서의 체류 보장은 당연한 권리 보장이다. 문제는 법률적 절차가 마무리 된 후의 체류불안의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에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신고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신고하기 어려운 신분적 약점을 악용한 가해 사례가 여전히 나타날 수 있다. 미등록 신분의 이주여성이 성폭력 피해를 예방하고, 피해 발생 시 적극적인 조치가 가능하려면 체류 보장을 받을 수 있는 구제절차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번 대책 중 하나인 ‘성폭력 고용주에 대한 사증발급인정서 발급 제한’은 그 자체로 필요한 정책이다. 하지만 성폭력 사실이 있는 고용주에게는 사증발급인정서 발급 단계 이전에 외국인 고용 자체가 금지되어야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법무부만의 대책으로는 노동현장에서 성폭력에 노출된 이주여성 노동자에 대한 대책이 마련될 수 없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업장 변경 문제, 외국인 고용 사업장의 성폭력 예방교육, 고용허가제, 방문취업제 취업 교육에서의 성폭력 예방 교육, 성폭력 위험 노출의 큰 기숙사에 대한 기준 마련 등 고용노동부와 함께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성매매와 인신매매 위험성이 높은 외국인 여성에 대해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 및 보호지표’를 활용하여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 및 피해회복 지원 대책 마련은 매우 필요한 조치이다. 그동안 경찰, 검찰, 출입국관리사무소 등 관련 공무원이 이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정, 권고한 내용을 바탕으로 관련 공무원 교육과 이에 따른 정책 집행이 법무부가 이번 대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관계 부처가 함께 점검되길 바란다.

법무부는 외국인 등록을 관리하고 있다. 따라서 외국인 등록 과정에서 성폭력 예방과 피해 발생 시 조력 받을 권리와 관련 기관 안내를 모국어로 제공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길 바란다. 또한 법원이나 경찰에서 성폭력 피해자를 통역하는 시스템이 보다 체계적으로 구축될 수 있도록 힘써주기 바란다. 공공성과 책임성, 전문성을 가진 통번역 인력은 피해자의 권리 구제에 1차적인 조건이기 때문이다.

법무부의 이번 대책 발표가 이주여성이 처한 열악한 조건을 긴급하게 해소하고자 나온 일시적 대책이길 바라며, 앞으로 관련부처의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종합 대책이 숙고되어 발표되길 기대한다. 또한 관련부처의 논의에서는 다양한 체류조건을 포괄하는 이주여성 특성을 고려한 성폭력 실태조사와 전담부서 설치가 포함되길 기대한다.

 

2018년 3월 26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목록으로
메뉴, 검색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