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 혐오와 차별이 없어지는 그 날까지 국경을 넘은 연대를 이어가자

일본 시민사회의 세계 인종차별철폐의 날 기념 웨비나 참석기

지난 3월 17일, 일본의 인종차별철폐를 위한 NGO 네트워크(NGO Network for the Elimination of Racial Discrimination)에서는 ‘팬데믹 시대에 다시 생각하는 인종차별철폐(Re-thinking for the Elimination of Racial Discrimination in the face of Pandemic)’를 주제로 온라인 웨비나를 개최하였습니다. 100명 이상의 참가자와 9명 가량의 일본 국회의원들이 참석한 큰 행사였습니다. 지난 2018년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17-19차 대한민국 국가심의를 대응하며 구성된 ‘유엔 인종차별철폐협약 국내이행 모니터링을 위한 한국NGO연대’도 위 행사에 초청을 받아 아시아인권문화연대의 이완 활동가가 연대발언을 하였습니다.

이날 웨비나는 좌장인 일본 반차별국제행동(IMADR)의 미야시타 모에의 개회사와 여러 일본 국회의원들의 인삿말로 시작하여 오사카대학대학원 국제공공정책과 무라카미 마사나오 교수의 ‘인종차별철폐협약과 일본 사회의 변화(ICERD and Changes in Japanese Society)’를 주제로 한 기조발제가 있었습니다. 이어서 개별 이슈별 활동가들의 발제와 한국시민사회의 연대발언 및 모로오카 야스코 변호사의 제언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행사는 일본어로 진행되었고 영어 동시통역이 제공되었는데, 한국측 연대발언은 한국어로 하면서 일본어 순차통역이 이루어졌습니다. 국제행사에서 언어의 장벽과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일본 시민사회의 세심한 배려와 지원이 돋보였습니다.

웨비나 발제에서는 그간 지속적으로 다루어온 일본 내 부락민과 재일조선인 및 아이누/류큐 선주민 등에 대한 차별과 배제의 문제에 더해, 코로나19 시대의 이주민 차별 문제가 언급되었습니다. 이주민들이 코로나19로 인해 각종 사회적 지원 등으로부터 배제되고, 또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선 점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나아가 국내에서는 ‘증오하는 입’의 저자로 잘 알려진 모로오카 변호사의 발제 중 현재 일본에서 벌어지는 이주민에 대한 차별이 식민지배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 인상 깊었습니다. 모로오카 변호사는 과거 식민지배를 하던 지역 출신자들을 연금, 공공주택, 학교 등에서 배제하면서 이러한 인식과 태도가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차별에도 반영되었다고 보았습니다. 차별은 차별을 낳고 아무리 시간이 흐른대도 아물 수 없는 상처만 더해질 뿐입니다.

한국의 이완 활동가는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 경과 및 내용”을 주제로 국내 이주인권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을 중심으로 연대발언을 하였습니다. 2007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난 15년간 이루어진 수차례의 법안 발의와 제정 무산의 역사를 알기 쉽게 쏙쏙 설명하면서 한국의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은 “15년간의 실패가 아니라, 15년간 이어지고 있는, 멈추지 않는 제정 운동”이라는 점을 힘주어 알렸습니다. 특히 이완 활동가가 발언을 마무리하며 “전세계에 혐오와 차별이 없어지는 그 날까지 국경을 넘은 연대를 이어가자”는 이야기를 할 때는 앞선 발제들로 묵직해진 제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모로오카 변호사도 일본 시민사회가 15년동안 지속되고 있는 한국 시민사회의 차별금지법 제정 노력을 배워 일본의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웨비나를 마치기 전 뒤늦게 참석한 한 일본 국회의원이 5년 전 혐오표현금지법에 제정된 이후 집회 등에서 심각한 정도의 혐오표현이 줄어들었고, 위 법이 법무부 등에서 관련 사안에 대응하는 데에 희망과 용기를 주었으며 이제는 인종차별에 대응하는 국회의원그룹이 생겨났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이 말을 듣고 새삼 혐오표현에 대한 법적인 제재 필요성을 절감하였습니다. 인종차별과 혐오는 저절로 사라지지 않고, 시간이 지체될 수록 더 깊고 아프게 퍼져나갈 뿐입니다. 차별과 혐오에 명확하고 단호한 법과 제도로 대응할 때에 비로소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고 동등한 권리주체로 존엄한 삶을 이어갈 토대가 마련될 것입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은 이를 위한 아주 작은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혐오와 차별이 사라지는 그 날까지 한국과 일본, 전세계의 시민사회가 따로 또 같이 한마음으로 계속해서 함께 투쟁해나가기를 바랍니다.

류다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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